경북 경산 고교 신입생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14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관계부처 차관들이 총리실 주재로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루 전 임명에 업무 파악은커녕 취임식도 제대로 못한 차관들이 모여 논의한 대책은 기존 정책의 재탕 수준에 그쳤다. 이렇다보니 차관들이 내놓은 대안은 학생들이 밥은 건너뛰어도 이 사이트에는 접속한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서 난도질당했다. 대신 학생들은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현실성 있는 대안도 내놨다.

◆취임식도 채 못하고 모인 차관들

이날 관계부처 차관회의에는 국무총리실과 교육과학기술부 등 8개 부처가 모였다. 전날 차관으로 임명된 나승일 교과, 박찬우 행정안전, 조현재 문화, 이영찬 보건복지, 이복실 여성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서로 첫 인사를 나눴다. 김동연 국무총리실장이 본안 회의에 앞서 “취임식은 하셨냐”고 인사하자 모두 고개를 저었다. 법무부와 방통위는 국장급이 대신 참석했다. 일부 차관들은 소속 부서에서 서둘러 점검한 대책도 회의 직전에야 급히 살펴본 듯한 표정이었다. 이날 나온 대책들이 이전 수준을 넘어설 수 없었던 배경이다.

차관회의에서는 3월 말까지 학교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학교 경비실 설치를 현재 전체의 32% 수준에서 2015년까지 86%로 늘리기로 했다. 고화질의 폐쇄회로TV(CCTV)를 우범지역 중심으로 확대 설치하고 지자체 CCTV 통합관제센터를 올해 84곳에서 2015년 14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진 등 폭력서클 집중 단속과 학교폭력 예방교육 전면 실시안도 거론됐다. 복지부는 5개 국립정신병원에 학교폭력 전문 치료센터를 신설하고 학교폭력 가·피해자 치료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시했다. 법무부는 각급 학교에 판사들이 법정에서 입는 법복(法服)을 지급하자는 방안을 들고 나와 빈축을 샀다.

◆학생들 냉담, “기대할 것 없다”

하루평균 접속자만 75만명이 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베에서는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며 비판했고, 학교폭력을 미화하는 글들도 여전했다. 아이디 ‘×××약’은 “전땅크 성님(전두환 대통령)처럼 쓰레기 정화시설(삼청교육대) 안 보내면 답이 없다. 고등학생 수준이면 웬만한 이성 형성돼 잘잘못 구분한다. 윗OOO들의 무관심 속에 오늘도 빵셔틀들은 불행한 학창시절을 보내는 거고”라는 글을 남겼다.

하굣길에 학교폭력 대책을 접한 학생들의 반응도 비판적이었다. 대전 W중학교 2학년 김모군(14)은 “자료를 보니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 같다”며 “CCTV 확충이나 경비실을 늘린다고 학교폭력은 절대 예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인 ‘오유(오늘의 유머)’에서 자신을 쭈꾸미볶음★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중대한 교칙 위반 시 치료교실에 입소시켜 심리치료를 받고 학교로 복귀하도록 하고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세 번 이상 적발되면 성인과 같이 사법처리 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정태웅/하헌형/부산=김태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