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차량용 블랙박스 특허를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블랙박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나온 첫 특허 분쟁이라 소송 결과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블랙박스 제조업체 미동전자통신(사장 김범수)은 작년 12월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 제조 및 유통 계열사 마이스터(사장 박윤수)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동전자는 소장에서 마이스터가 ‘주차 중 움직임 감지를 통한 영상 저장방법’에 관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특허는 차량 전원이 차단될 경우 블랙박스가 주차모드로 전환, 영상을 촬영해 저장하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미동전자 관계자는 “모회사 ‘만도’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마이스터가 미동전자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복제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마이스터는 지난 2월 ‘특허 무효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회사 관계자는 “미동전자가 주장하는 특허는 수많은 블랙박스 업체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범용 기술”이라며 “지난주 진행된 1차 변론에서도 이 점을 강력하게 호소했다”고 말했다.

마이스터는 만도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라그룹 계열사다. 작년 매출이 6000억원을 넘는 가운데 블랙박스 매출은 100억여원을 기록했다. 김범수 사장이 2009년 창업한 미동전자의 지난해 블랙박스 매출은 400억원을 조금 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박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 권익과 직결되는 기술 및 특허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깐깐한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 풍토가 확산돼야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