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개성공단 방문 의사를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등 한국 기업인들과 미국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만찬 모임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해 달라”는 기업인들의 요청을 받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엔 중소기업인들과 손세주 뉴욕 총영사, 김원수 유엔 대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반 총장은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이 때문에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한의 도발적 태도에 강력하게 규탄해 나가겠지만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공단 방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연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반도 정세를 감안해 개성공단 방문 일정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또 ‘중소기업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식량난을 도울 수 있도록 유엔 차원의 대북지원 창구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과 대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중소기업인들의 지원 의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중소기업인’에 비유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반 총장은 “유엔에서 사무총장이 직접 관할하는 예산은 경기도 1년 예산에도 못 미치는 10조원 안팎”이라며 “유엔을 기업으로 치면 중소기업, 유엔을 이끄는 저는 중소기업인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 예산은 적지만 하는 일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들과 같다”며 “중기인들이 일자리 창출과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더 큰 힘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반 총장이 한국 방문 때마다 중기중앙회를 찾아주고, 중기인들이 뉴욕에 오면 그때마다 만남의 시간을 할애해 주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중기인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주년을 맞아 시장 개척 가능성 등을 타진하기 위해 10일부터 16일까지 6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뉴욕=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