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4 옵티머스G프로 등 새 스마트폰이 잇따라 나오면서 모바일 D램 수급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D램 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오는 3, 4월에 맞춰 모바일 D램 주문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은 일부 가수요가 있을 수 있지만 3분기엔 D램 쇼티지(공급 부족)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임기 3년의 반도체산업협회장에 선임됐다.

전 사장은 “갤럭시S4뿐 아니라 소니 HTC 노키아 LG 등도 3~5월 사이 새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한다”며 “2분기는 출시 초기여서 모바일 D램도 수요와 공급 균형을 찾을 수 있겠지만 3분기엔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 모바일 D램 공급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스마트폰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을 혁신시키면 기회는 계속 올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D램 가격은 “2분기에 정체됐다가 3분기에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불황 여파로 급락했던 D램 값은 석 달째 오름세다. PC D램의 2월 하반월 D램(2Gb DDR3) 고정거래가는 1.08달러로 지난해 11월 하반월 0.8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석 달째 상승하며 35% 올랐다.

전 사장은 다만 PC D램은 “값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D램과 달리 수요가 없는데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전 사장은 “현재 PC 시장은 모멘텀이 없다. 윈도8이 나왔지만 수요가 늘지 않고 있으며 저가 시장은 태블릿에, 고가 시장은 애플 맥북에 뺏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데 값이 오르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어 우려된다”며 “누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PC D램 시장은 마이크론이 50% 이상 점유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31%, 삼성전자가 15%를 차지하고 있다.

전 사장은 마이크론의 일본 엘피다 인수에 대해 “한국에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피다의 모바일 D램 기술을 렉스칩 등 대만 자회사로 이전해 모바일 D램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마이크론은 플래시 메모리에 집중, 양쪽에서 이득을 볼 것이란 설명이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6일 엘피다 측 채권단의 최종 승인을 받았으며 상반기 내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27일 엘피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전 사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회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꼽았다. 그는 “대만 업체들은 중국에 플래시와 D램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없으며, 마이크론의 경우 문화적 차이로 마케팅에서 우리와는 격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란 질문에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해선 “가수요가 있을 수 있어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기회가 오면 더 하고, 어려우면 줄일 수 있도록 6~8개월 걸리던 투자 의사결정 시간을 4개월로 줄여놓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