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가 발동된 이튿날인 2일(현지시간). LA국제공항을 통해 워싱턴DC의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폴 바렐라는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도 않았고 연착륙도 없었다”고 했다. 뉴욕의 존F케네디국제공항 등도 이날 정상 가동됐다. 시퀘스터 발동으로 연방항공청 직원의 연장근무 차질과 무급휴가로 인해 항공기가 연착륙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장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시퀘스터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즉각적인 충격은 없지만 미국 정치권이 올해 잠정 예산안 적용이 끝나는 오는 27일까지 최종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의 예산집행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비 최대 타격

시퀘스터 발동으로 미 정부는 3월부터 오는 9월 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까지 7개월간 853억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삭감 항목은 국방예산 426억달러, 비(非) 국방예산 427억달러다. 국방예산은 전체 13%, 비국방예산은 9% 줄어든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일 펜타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군 임무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투기 비행시간을 줄여야 하고 아프간 주둔군을 제외한 군대 훈련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걸프만에 두 번째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계획을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시아 지역의 미군 재편성 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고, 장기적으론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은 걱정 안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1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퀘스터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단기 불확실성을 무시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1776년 건국 이후 항상 불확실성에 직면해왔다.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시퀘스터 발동 당일 주가가 상승했다”며 투자자들이 시퀘스터 관련 불안을 극복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브루스 조스턴 미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국방 분야를 제외하고 시퀘스터를 걱정하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은 시퀘스터가 가져올 경제의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말 ‘정부 폐쇄’ 위기감 고조

시퀘스터는 잠정 예산안 적용기한이 끝나는 오는 27일 중대고비를 맞는다. 그때까지 백악관과 공화당이 2013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의 예산집행 기능이 멈추기 때문이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4일부터 시퀘스터를 전제로 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과 백악관이 ‘시퀘스터 예산안’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 시퀘스터

sequester.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자동 삭감하는 조치다. 미 의회가 2011년 정부 부채한도를 2조1000억달러 증액하면서 도입했다. 2012년 말까지 10년간 재정적자 감축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2013년 1월부터 10년간 총 1조2000억달러의 정부 예산을 자동으로 줄이도록 하는 강제 조항을 만들었다. 의회는 지난해 말 감축안 합의에 실패했지만 자동 삭감 발동 시점을 2개월 늦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