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농성촌 방치하다…'제2 숭례문'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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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천막 방화…궁궐담장 훼손
총리 '문화재 안전' 당부 하루만에
LPG 등 인화물질 가득 '아찔'
경찰, 50대 방화범 체포
총리 '문화재 안전' 당부 하루만에
LPG 등 인화물질 가득 '아찔'
경찰, 50대 방화범 체포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천막에서 3일 불이 나 천막 2동이 타고 농성장 옆 덕수궁 담장 서까래가 그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남성 안모씨(52·무직)의 방화로 인한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농성촌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용기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나거나 사적(史蹟) 124호인 조선시대 고궁 덕수궁으로도 불길이 번질 수 있었던 아찔한 화재였다. 정홍원 신임 총리가 전날인 2일 예정에 없던 숭례문 복원 현장과 남대문시장, 지난달 인사동 화재 현장 등을 방문해 안전사고 예방을 당부한 지 하루 만에 궁궐이 화재에 휩싸일 뻔한 사고가 난 것이다.
▶본지 2월26일자 A33면 참조
3일 오전 5시30분께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천막에 불이 나 1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농성장 뒤편 덕수궁 담장의 서까래 15개가 불에 그을렸고, 농성 천막 3동 중 2동이 타면서 850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가 났다. 화재 당시 천막 안에는 쌍용차 노조 조합원 2명이 있었으나 바로 밖으로 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는 LPG 용기 2개와 석유가 들어 있는 발전기 2대, 간이 난로 2대 등 화재 위험물질이 불에 그을린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LPG 용기로 불이 옮겨 붙으며 폭발했다면 덕수궁도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시 농성촌엔 쌍용차 조합원 2명이 각각 오른쪽 첫 번째 천막과 두 번째 천막에 있었다. 이들은 화재 발생 직후 현장의 소화기 3대로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
경찰은 화재 당일 방화 용의자 안씨를 폐쇄회로(CC)TV 추적으로 체포해 불을 지른 이유와 배경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대한문 근처를 배회하다 라이터로 천막에 불을 붙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길을 지나가다 지저분한 천막이 있어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안씨는 열흘 전 경기도에서 서울로 와 종로의 한 사우나에서 생활하며 사설업체의 환경미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장에 반감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닌 걸로 보인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안씨의 진술에 따라 (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대한문 앞 농성장은 쌍용자동차 노조가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주장하며 지난해 4월5일 가설 천막을 설치한 이후 333일째 가두농성을 이어왔다. 관할 구청인 중구청이 지난해 5월 대한문 앞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으나 서울시가 ‘분향소 천막 한 동을 허용해주자’는 의견을 중구청에 제시하면서 다시 천막이 들어섰다. 이후에도 중구청은 ‘화재 위험’과 ‘주민 불편’ 등을 이유로 농성자들에게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지난해 12월에는 ‘강제 철거를 집행하겠다’고 압박도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본지 2월26일자 A33면 참조
3일 오전 5시30분께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천막에 불이 나 1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농성장 뒤편 덕수궁 담장의 서까래 15개가 불에 그을렸고, 농성 천막 3동 중 2동이 타면서 850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가 났다. 화재 당시 천막 안에는 쌍용차 노조 조합원 2명이 있었으나 바로 밖으로 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는 LPG 용기 2개와 석유가 들어 있는 발전기 2대, 간이 난로 2대 등 화재 위험물질이 불에 그을린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LPG 용기로 불이 옮겨 붙으며 폭발했다면 덕수궁도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시 농성촌엔 쌍용차 조합원 2명이 각각 오른쪽 첫 번째 천막과 두 번째 천막에 있었다. 이들은 화재 발생 직후 현장의 소화기 3대로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
경찰은 화재 당일 방화 용의자 안씨를 폐쇄회로(CC)TV 추적으로 체포해 불을 지른 이유와 배경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대한문 근처를 배회하다 라이터로 천막에 불을 붙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길을 지나가다 지저분한 천막이 있어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안씨는 열흘 전 경기도에서 서울로 와 종로의 한 사우나에서 생활하며 사설업체의 환경미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장에 반감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닌 걸로 보인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안씨의 진술에 따라 (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대한문 앞 농성장은 쌍용자동차 노조가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주장하며 지난해 4월5일 가설 천막을 설치한 이후 333일째 가두농성을 이어왔다. 관할 구청인 중구청이 지난해 5월 대한문 앞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으나 서울시가 ‘분향소 천막 한 동을 허용해주자’는 의견을 중구청에 제시하면서 다시 천막이 들어섰다. 이후에도 중구청은 ‘화재 위험’과 ‘주민 불편’ 등을 이유로 농성자들에게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지난해 12월에는 ‘강제 철거를 집행하겠다’고 압박도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