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엊그제 경제단체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환율 안정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이 손해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인위적인 엔저 등 주요 국가들의 고환율 정책이 수출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기업인들의 우려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렇지만 당장 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며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가 지도자의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느 국가든 최고 통치자가 직접 환율을 언급하지 않는다.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 등 외환 당국 수장조차 환율문제에 관한 한 “급격한 변동을 우려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고작이다. 자칫 환율 조작국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그런 것이다. 노골적으로 엔저를 밀어붙이는 일본조차 그렇다. 아베 총리는 “윤전기를 풀가동해서라도 엔화를 찍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대놓고 엔저로 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입을 통해, 그것도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졌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부동산 대책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도 도리가 아니다. 이런 식이면 경제팀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해도 외교 정책의 큰 틀에서 할 일이 있고, 시장 차원에서 대응할 일이 따로 있다. 환율 문제는 실무진이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혼선 때문에 당장 경제팀은 도대체 뭘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 결과를 두고도 기획재정부는 엔저를 용인한 것이 아니라는 엉뚱한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현직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조원동 경제수석 내정자 모두 침묵만 지킨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일본이 22일 정상회의를 통해 동맹관계를 더욱 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마당이다. 국정이 오락가락하면 될 일이 없다. 정부 부처가 왜 따로 있는지부터 돌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