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협상할 것" IAEA 대표단 테헤란 도착
오바마 "외교적 해결 시점"…이란 지도부 압박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3일 테헤란에서 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 분쟁을 풀기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달 16∼17일 협상 이후 근 한 달만이다.

특히 이날 협상은 오는 2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즉 'P5+1'과 이란의 핵협상을 열흘 남짓 앞두고 이뤄져 귀추가 주목된다.

헤르만 넥케르츠 사무차장이 이끄는 IAEA 대표단은 이날 오전 테헤란에 도착,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에 주IAEA 이란대사가 이끄는 이란 측 대표단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반관영 뉴스통신 ISNA가 전했다.

양측은 쟁점이 되는 파르친 기지를 비롯한 핵 관련 의혹 시설과 관련 인사들에 대한 IAEA의 광범위한 접근을 허용하는 '구조화한 접근'에 대한 포괄적 합의 도출을 시도한다.

넥케르츠 사무차장은 전날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견은 남아 있지만 이를 풀고자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면서 "의미 있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IAEA의 바람대로 양측이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협상과 관련,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IAEA와의 합의는 물론 우리의 절대적 권리(평화로운 핵주권)도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페레이둔 압바시 이란원자력기구 대표는 또 농도 5%의 우라늄 농축 시설인 나탄즈 시설에 한 달 전부터 신형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달 23일 서한에서 IAEA 측에 신형 원심분리기 설치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지만, 핵사찰 협상 당일 관영 뉴스통신 IRNA가 압바시 대표의 발언을 소개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협상을 하루 앞두고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파르친 기지 사찰이 허용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대변인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개발 권리를 인정하고 포괄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파르친 사찰이 '허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지난달 핵사찰 협상에 앞서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파르친 기지 사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비하면 다소 진일보한 내용이다.

메흐만파라스트 대변인은 또 20% 농축우라늄 일부를 연구용 원자로의 연료로 전환 중이라고 확인, 핵무기용 농축우라늄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IAEA는 2011년 11월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테헤란에서 동남쪽으로 30㎞ 떨어진 군사시설 파르친 기지에서 2003년 전후로 핵 고폭실험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란은 IAEA 사찰단이 2005년에도 두 차례나 파르친 기지를 방문했지만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한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IAEA는 2005년 이후 새로 수집한 정보가 있어 파르친 기지를 다시 사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또 파르친 기지에서 다량의 토양 운반을 비롯해 인공위성이 포착한 여러 활동은 핵무기 개발 활동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날 협상을 포함해 지난 1년간 8차례, 특히 지난 3개월간 3차례에 걸쳐 만났지만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 핵 시설 목록을 IAEA에 제출해 사찰받을 의무가 있지만 파르친 기지는 군사 시설이라며 고폭실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2기 임기 첫 국정연설에서 "이란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란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란과 'P5+1' 사이의 핵협상에서는 파르친 기지 사찰 허용 여부와 별도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과 대이란 서방 제재가 쟁점이다.

서방은 이란에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과 이미 생산한 고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서방이 먼저 우라늄 농축권을 포함한 평화적 핵 개발 권리를 인정하고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