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사 갑작스런 철수로 파산…일자리 잃은 근로자 의기투합
▶본지 2012년 7월26일자 A1면 참조
13일 업계에 따르면 깁스코리아 노조 등은 회사 인수를 목적으로 지난달 ‘프로캐스트’라는 법인을 새로 만들었다. 노조는 신설법인 자본금(5억원)의 33%를 출자했다. 같은 자동차 제조업계에 있던 기아자동차 협력업체 ‘성진비오비’의 박재원 대표가 37%, 백승렬 현대자동차 노사교섭 전문위원이 30%를 출자했다. 매각이 진행 중인 깁스코리아 자산을 프로캐스트가 전부 사들이는 ‘영업자산 일괄 양수’ 방식으로 인수하는 것이다.
홍기상 깁스코리아 노조위원장은 “업계 최고 기술 확보가 직원들의 땀으로 일군 성과였는데, 파산 결정으로 체념한 채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었다”며 “파산재단과 정상적인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WERP’라는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해 프로캐스트에 투자하는 형태로 지분참여했다. 박 대표는 “기술력도 있고 수십년간 일해온 직원들의 숙련도도 매우 높은 회사”라며 “자산매각으로 회사가 완전히 정리돼버리면 국가적 손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회사를 인수해 살리기로 백 전문위원과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깁스코리아는 옛 만도기계(현 만도) 원주사업부 소속이었으나 1999년 미국 깁스사에 팔렸다. 이후 만도의 협력업체로 경영해오다 지난해 깁스사가 철수한 뒤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후 만도 노조가 회사 측에 ‘깁스코리아 인수’를 노사 간 협상 요구조건으로 내건 채 파업해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당시 깁스코리아의 생산직원은 100여명이었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근로자 1000여명이 이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깁스코리아 본사가 있는 원주 시의회가 깁스코리아를 살리겠다며 지원 조례까지 만들었다. 박 대표는 “강원도청에서도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는 연락이 왔다”고 귀띔했다.
파산선고 이후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은 순차적으로 일터에 복귀할 전망이다.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깁스코리아는 조업 중단 상태지만 한 달쯤 뒤에는 공장 문을 다시 연다. 현재 남아 있는 9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30~40명이 우선 복귀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 모든 근로자를 빠짐없이 복귀시키는 게 목표라고 인수 추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출자 노조원은 총 64명이지만 출자하지 않은 조합원도 복귀 대상이다.
홍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미국 깁스사를 ‘먹튀자본’이라고 보지만 이제 와 돌이킬 수도 없으니 출자까지 한 우리 힘으로 살아나가도록 앞으로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깁스코리아 인수금액은 60억원이지만 2011년에 600억원의 매출을 낸 만큼 미래가치는 더 크다”며 “회사를 조기에 정상화시키면서 새로운 노사 문화를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