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도를 뿌리내리기 위해 적지 않은 오해와 불신을 극복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높아져 가입자 2000만명, 수급자 340만명, 적립금 390조원을 넘어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5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3차 재정계산이 있는 해로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적정성과 장기재정안정을 위한 합리적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등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는 크게 세 가지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자신의 노후를 위한 적립금이 아니라 현재 노후세대 부양을 위한 세금이고 △지금의 20대는 나중에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며 △의결권 행사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당한 간섭이라는 것이다.

과연 국민연금이 세금인가. 세금은 납세자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는 의무적인 기여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보험의 원리가 도입된 사회보장제도로 가입자의 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연금을 받도록 돼 있다. 다만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소득이 있는 국민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낸 돈보다 많은 혜택을 받도록 설계됐다. 이 점이 민간보험과의 본질적인 차이로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라 분명히 사전 저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적으로 세금에 의존해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보험 방식의 저축을 통해 본인의 노후를 대비케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시장 친화적이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회보험방식의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금의 20대가 은퇴할 시기가 되면 적립금이 고갈되고 낼 사람도 없어져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비율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낼 사람이 없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연금제도를 수정·보완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5년마다 ‘정기 검진’과 같은 재정계산을 실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 연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태는 일어날 수 없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짚어보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당한 간섭이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의결권 행사는 국민 재산의 수탁자로서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성실한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지속성장을 촉진해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결국 국민의 노후를 위한 자금인 기금을 증식시킨다는 기본원칙 아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에 대한 건강한 비판은 국민연금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논쟁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고, 이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사회안전망이 누구보다 필요한 중산층과 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20대와 같은 젊은 층 및 후세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적립금을 한 푼이라도 더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름 아닌 후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금제도는 전 세계 170여개 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노후소득보장 제도이다. 국민연금은 2060년까지는 기금이 유지되도록 설계돼 있어 이미 성숙기를 지나 적립금 없이 운영되는 유럽에 비해 재정적으로 건실한 편이다. 국민연금이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 kimss@n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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