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옆에 있던 직원이 창업한다고 퇴사했습니다. 그러더니 4년 만에 수천만 달러에 회사를 팔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 또 회사를 세운다며 나갔어요.”

구글 본사에서 만난 한 직원의 얘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런 일이 흔하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 구글 수석 부사장이 좋은 예다. 애플에서 일하던 루빈은 아르테미스리서치를 세워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았다. 몇 년 뒤 MS를 뛰쳐나온 루빈은 안드로이드를 설립했고, 이번엔 구글에 회사를 팔고는 구글의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왜 실리콘밸리 젊은이들은 창업할까. 지난해 5월 삼성에 회사를 매각한 엠스팟(클라우드 음악 서비스)의 대런 추이 창업자는 “대기업은 너무 답답했다”며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은 리스크가 큰 만큼 성공의 열매 또한 매력적이다. 케빈 스트롬은 인스타그램 설립 2년 만에 35억달러를 받고 페이스북에 매각했다.

“실리콘밸리에선 가장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창업을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뛰어난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이나 고시 합격을 바라죠. 부모님들부터 ‘어떻게 대학을 보냈는데 창업한다고 그러냐’면서 싫어하시죠.” 서울대를 다니다 미시간대로 옮겼고,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테터앤컴퍼니를 차린 뒤 회사를 구글에 팔고 구글에서 일하다, 구글마저 사직하고 현지에 스타트업(신생기업) 타파스미디어를 차린 김창원 대표의 말이다.

매일 수십 개의 기업이 태어난다는 실리콘밸리엔 40만개의 기업이 있다. 구글 애플 인텔 등을 포함해서 말이다. 한 기업이 10명씩 고용한다고 해도 400만개의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새너제이가 인구 100만명(미국 내 10위)으로 규모 면에서 샌프란시스코(80만명·14위)를 제친 것도 실리콘밸리 덕분이다. 새너제이는 최근 ‘미국 내 가장 살기 좋은 도시(best performing cities)’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경제를 살린다며 반값 등록금, 대형마트 규제,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그보다는 도전을 북돋우는 사회,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자세를 심어주는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걸 실리콘밸리에서 배웠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