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PC제조업체인 미국 델이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5일(현지시간)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 창업자인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델이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에 244억 달러(한화 약 26조5000억 원)에 매각됐다고 밝혔다.

델 CEO는 "이번 매각이 델과 고객들에게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 것" 이라며 "이런 전략을 취하기 위해 지난 4년간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한 평판을 가진 투자사인 실버레이크와 함께 하면서 델의 주주들에게 더 즉각적인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매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차입매수(LBO) 방식에 따라 이루어졌다. LBO란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인수할 기업의 자산 또는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 적은 자본을 가지고도 큰 덩치 기업을 사들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거래에 참여한 주체는 델 CEO와 실버레이크,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다. MS는 이 거래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구글, 애플 등에 밀린 MS가 자사 윈도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세계 PC시장을 호령하던 델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모바일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과 HP 등에 밀려 고전해왔다. 저가로 공략하는 레노보 등 중국 업체들과도 힘겨운 경쟁을 벌여왔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기업용 컴퓨터와 하드웨어 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IBM과 오라에 뒤져 지난해 주가는 31%나 폭락했다.

이번 매각으로 델은 비상장사로 전환되며 기존 주주들은 주당 13.65달러를 받게 된다. 이는 델 주식이 마지막 거래된 지난 1월11일의 종가 10.88달러보다 25% 높은 금액이다. 회사 지분 16%를 보유하고있는 델 CEO는 사장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델의 경쟁사 중 하나였던 HP는 LOB 방식의 매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고객들이 델의 매각으로 불이익을 볼 것" 이라며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는 델이 신상품에 투자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고객 서비스 역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