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부터 논란이 돼왔던 한강 수중보를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중보 철거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사안이어서 향후 거센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시는 오세훈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 평가 등이 담긴 ‘한강개발사업에 의한 자연성 영향 검토’라는 제목의 공식 백서를 5일 공개했다. 이 백서는 그동안 한강 르네상스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 6명의 전문가가 담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서울을 지나는 한강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것은 신곡·잠실 수중보”라며 “이들을 해체해야만 한강의 자연성이 회복돼 모래톱이 살아나고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중보를 철거하더라도 (수심저하 등에) 큰 영향이 없다”며 “보를 철거해야 다양한 수생태계가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엔 취수 및 홍수 예방을 위해 1986년과 1987년에 잠실, 신곡수중보가 각각 설치됐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보궐선거 때 수중보 철거 방침을 시사했다가 논란이 되자 “전문가 의견 청취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한강에 녹조현상이 심해지자 “강물은 흘러야 하는데 댐이나 보로 가둬놓으면 녹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보를 철거하는 게 어떤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 도시안전실은 다음달께 ‘신곡수중보 영향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검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잠실수중보 부근엔 자양·풍납 등 상수도 취수장이 있어 보를 철거하면 수위가 낮아져 취수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신곡수중보 인근에는 농업용 취수장만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신곡보와 잠실보를 한꺼번에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신곡보를 우선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시 물관리정책과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곡보 철거를 확정하지는 않았다”며 “용역 결과를 지켜본 뒤 철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올해 중 보를 철거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단 철거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가 발간한 백서에 철거 방침을 공식 언급한 만큼 수중보 철거는 시의 방침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