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을 만날 때마다 놀라는 건 그들의 골프 실력이다. 대기업 임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잘 친다. 싱글은 기본이고 ‘언더 파’를 치는 사람들도 많다. 왜 그럴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얘기하자면 ‘더 큰 꿈’을 포기하고 취미생활에 전념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더 이상 큰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작심한 사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욕심 부려 신규 투자를 했다가 망하면 이제까지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보는 것이다. 큰 일을 벌이지 않게 되다 보니 자연히 시간이 남고 중년 이상의 경우 그 공백을 메워주기에 골프만한 것이 어디 있겠나.

골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자신만의 울타리를 쳐 어지간한 새로운 아이디어에는 귀를 막는 중견기업 사장들도 많다. 사십이면 불혹(不惑)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하는 얘기다. 자신만의 생각이 강해지고 그것이 내부 논리로 정연해져 마치 모든 것을 깨친 것처럼 비평가 노릇만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은 화수분처럼 매달 현금을 만들어내는 기존 사업 하나만으로 족하게 된다.

이해는 가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작은 성공을 넘어서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 40년 가까이를 골프만 치면서 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300년 가는 회사를 만들 거창한 비전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완주(完走)로 세우면 어떨까. 자살하지 않고 여생을 마치고, 헤어지지 않고 부부가 해로하는 것이다. 사업으로 보면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 완주다.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 경영자문도 하고 적은 돈으로 엔젤투자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성공경험을 공유하고픈 젊은이들은 너무나 많다. 경험 없고 돈도 없는 젊은이들을 완주시키는 것도 한국에서 사장으로 살아가는 당신의 아름다운 의무인 것이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ㆍ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