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건설, 시멘트, 해운, 조선 관련 기업의 유동성 우려가 가중되면서 해당 산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집단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31일 한국신용평가는 '2013 KIS 인더스트리 아웃룩'을 발간, 30개 산업을 대상으로 산업 동향과 주요 크레딧 이슈, 신용등급 추이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신평은 주요국들의 재정긴축 이슈와 유럽권역 경기침체 지속 등 여러 장애요인을 고려하면 세계 경기회복 기대가 국내 수출기업 전반의 영업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지 여부에 아직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주택건설, 시멘트, 해운, 조선 등의 업종에서는 수년간 업황이 침체돼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의 유동성 위험이 고조되고 있고, 태양광 산업 또한 공급과잉과 가동률 부진에 따른 산업 구조조정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에 관련 업체들에 대해 면밀한 실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신평은 "장기적인 업황 부진과 취약한 경쟁력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악화된 업체가 주력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의 경우, 계열 전반으로 크레딧 리스크(신용 위험)가 전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룹 단위의 신용등급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확산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올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 주택건설, 시멘트, 해운, 조선 등 크레딧 리스크가 높은 업종의 리파이낸싱 및 신규 자금조달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들 업종의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이 밖에 한신평은 국내 부동산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올해 내수산업의 가시적인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 음식료, 통신, 패션, 도시가스 등 대부분의 내수기반 산업 매출은 개별 경기민감도에 따라 다소간의 변동성을 보이는 정도의 제한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신용도는 기업별 사업기반이나 브랜드 경쟁력 수준에 따라 차별화될 전망이다.

금융 부문 역시 경기둔화에 따른 자산성장 제한, 가계부채부담, 레버리지 규제, 저금리 등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뿐 아니라 캐피탈, 증권, 신용카드 부문의 자산건전성도 일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계부채의 영향이 전 금융권에 걸쳐 확대되고 있고, 관련 여신규모 역시 상당한 수준에 달해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산업으로는 제약, 호텔 등이 꼽혔다.

내수 부문 중에서도 제약산업은 의약품 사용량 증가, 규제리스크 완화 등으로 과거 대비 성장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호텔업도 방한 중국인과 내국발 여행객 증가로 면세점 수입 호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원화강세 추세는 항공운송, 음식료, 발전, 시멘트 등의 산업에 수요진작 또는 원가부담 절감 등의 형태로 수혜를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기조가 지속되면 자동차, 정보기술(IT), 철강 등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수 제조산업의 수출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