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3~4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대책반을 가동해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 기업이 파산하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서다. 금융 규제당국이 특정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게까지 어려워졌냐는 생각부터 든다.

물론 이들 3~4개 기업만이 아니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실적 부진에 빠져들고 있다. 건설 조선 해운은 물론이고 철강이나 화학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다. 심지어 한국 경제의 대표 브랜드인 현대차, 기아차도 쇼크 수준의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관광업계도 일본인 입국자가 줄어 울상이라고 한다. 올해 1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 113개 주요 상장사 중 72.6%인 82곳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동기대비 하향 조정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내수침체에 유로존 위기, 미국경제의 장기 불황 등 겹겹으로 밀려오는 쓰나미다. 무엇보다 일본의 엔저 정책이 수출 기업에 폭탄을 던진다. 자동차와 화학 철강 등이 대표적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이다. 안팎에선 한국판 버블이 붕괴됐다고 난리다. 일본 언론들은 동남아시아 가공 기업들이 원재료 수입을 한국에서 일본으로 바꾸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일본이 환율전쟁으로 주식회사 한국을 누르고 부활 중”(블룸버그)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마당이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한다. 1월 물가 상승률이 1%에 머무를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곧 디플레이션의 파고가 몰려올 것만 같다. 시장에선 경제의 역동력이 사라졌다고 외쳐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이었다. 하지만 경제 활력을 되찾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는 인프라 투자 등을 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에 오히려 적극적이다. 기업들도 고환율에 안주한 측면이 크다. 구조조정을 미룬 채 당장의 이익에만 몰두했다면 기업들도 더 분발해야 한다. 문제는 기업 때리기 열정에 사로잡힌 정치권이다. 이러다가 금감원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들만 늘어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