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 강력한 ‘예산 개혁’ 계획을 담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기존 지출 삭감은 물론 각종 세입 증대 방안을 총동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추경편성 논의도 못해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이뤄진 업무보고의 대부분은 박 당선인의 공약을 임기 내에 이행하기 위한 재원마련 방안에 할애됐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도 안 될 수 있다는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보고나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는 논의조차 없었다. 최근 급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안정대책도 재정부 보고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신 재정부가 마련해온 공약이행 방안, 특히 복지공약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인수위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업무보고 말미에 “재정부가 가져온 재원마련 방안이 현실성이 없다. 앞으로 제대로 준비해달라”고 비판, 재정부 간부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이날 업무보고에 일부 1급 고위직 간부들이 불참한 사실을 지적, 재정부가 무성의한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재정부를 담당하는 경제1분과 외에 기획조정분과와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박 당선인 공약의 실현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인수위 활동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인수위가 재정부의 군기를 잡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차기 정부가 내건 공약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재정부가 선임부처답게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날 재정을 투입하는 306개 공약 중 우선순위가 높은 252개 공약에 대해 재원 추계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실제 어느 정도 돈이 들지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재정사업도 원점에서 재검토

재정부는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법에 지출 항목이 명시된 의무 지출을 줄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재량 지출을 중심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총 지출 325조5000억원 중 재량 지출은 173조5000억원(53.3%)이었다.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해 재량 지출 증가율을 전체 지출 증가율의 절반 이하인 2% 이내로 묶겠다는 게 재정부의 계획이다. 재량 지출 비중을 50% 밑으로 낮추면 연간 4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재정부는 이날 업무보고와 별개로 ‘2012년도 재정사업 자율평가 실시계획’을 발표했다. 각 부처가 지난해 재정 투입으로 추진한 608개 사업을 일제히 점검해 불필요한 예산 지원을 삭감한다는 구상이다. 2005년 재정 투입 사업에 대한 타당성 점검 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장 많은 사업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강호 재정부 성과관리과장은 “지난 2년간 평가를 안 받았거나 언론, 감사원 등에서 문제를 지적한 사업을 올해 모두 포함했다”며 “‘미흡’ 이하 점수를 받으면 다음해 예산을 10% 깎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흡 이하를 받은 사업은 전체의 23.6%였다. 올해 이들 예산은 작년보다 18.4%(3500억원) 줄었다.

◆공기업 방만경영 ‘메스’

재정부는 또 종합적인 부채 관리가 가능하도록 공공부문 부채 종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손보겠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쌓이면 결국 정부가 이를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공약 이행에 쓸 여윳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재정부는 이 밖에 일자리 문제,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등을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과제라고 보고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스펙(취업에 요구되는 사항)’에 좌우되지 않는 열린 고용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