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4분기 어닝시즌이 개막됐다. 기업들이 어떤 성적표를 내놓는가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방향성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어닝시즌의 관전 포인트로 △이익 증가세 유지 여부 △화학 철강 통신 업종 실적 △미국 금융주의 어닝서프라이즈 여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영업이익 증가세 유지할까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142개 종목의 4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28조9900억원으로 전망됐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5.6%, 6개월 전보다는 12.6% 하향 조정된 것이다.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의미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작년 3분기부터 시작된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세가 4분기에도 유지되느냐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2분기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4조2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감소했지만 3분기 영업이익은 31조7500억원으로 9.2% 증가세로 반전했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28조9900억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38.0% 늘어난 수치다.

◆화학·철강·통신 업종 실적 관심

업종별로는 화학 철강 등 산업재 업종이 어떤 실적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화학주와 철강주는 지난달 초순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반면 4분기 실적 추정치는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LG화학은 작년 11월 말 대비 영업이익 추정치가 3.4% 줄었고 포스코도 2.1% 감소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화학주와 철강주는 이번 어닝시즌에 조만간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도 보여줘야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 KT 등 통신주는 상황이 정반대다. 작년 11월 말 대비 영업이익 추정치가 각각 3.5%, 0.7%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주가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 연구위원은 “통신 업종이 실제로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할 경우 대안 업종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금융주의 어닝서프라이즈 주목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는 현대차LG디스플레이가 본격적인 실적 발표의 포문을 연다. 시장은 앞서 나오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4분기 어닝시즌은 8일(현지시간) 알코아의 ‘어닝서프라이즈’를 시작으로 개막했다.

관심은 미국 금융주 실적이다. 미국 금융주가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면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16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17일), 모건스탠리(18일) 등 굵직굵직한 금융주들의 실적이 이번주 발표된다. 금융회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내놓은 웰스파고의 경우 작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늘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JP모건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주들은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미국 금융업종은 순이익이 S&P500지수 포함 종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가 넘는다”며 “금융업종의 실적은 미국 어닝시즌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