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전자관과 일본, 중국 기업관을 돌아보면 기업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

최신원 SKC 회장(사진)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3년 (주)선경(현 SK네트웍스) 시절 전자담당 부장으로 미국 지사에 근무하던 때부터 매년 초 열리는 소비자가전 전시회(CES)를 참관해 왔다. 지난 9일 현지에 도착해 12일까지 머물며 3박4일간 행사장을 살펴볼 계획이다.

그는 변화의 흐름이 빠른 전자산업에서 세상이 바뀌는 트렌드와 함께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30년 전 CES 때는 삼성은 거의 전시가 없었고, LG가 몇 개 전시품을 벽에 걸 정도였다. 지금은 삼성과 LG전자가 빠진 CES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상품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다. 화질이 뛰어난 혁신적 상품일 뿐 아니라 사업과도 관련이 있다. SKC는 화학사업 외에 TV·휴대폰 디스플레이 패널에 붙이는 광학용 필름을 만든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로 1위다. OLED용 필름은 LCD(액정표시장치)용 필름보다 기술이 어렵지만 수익성이 좋다. 최 회장은 “개발이 거의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철수한 SK텔레시스의 휴대폰 사업을 대신할 신사업 구상도 CES를 보며 다듬고 있다.

최 회장은 연초 SKC 지방 공장 4곳을 순회하며 국내 경기를 살핀다. 그런 뒤 CES에 와서 글로벌 경기를 조망한다고 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 와보니 최대 성수기라는 CES 기간에도 문을 닫은 점포들이 많이 보인다. 올해도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원화 강세가 큰 걱정거리다. 달러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얘기다. 여기에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연장이 현실화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비용을 30%는 줄여야 한다.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과정에서 비용을 줄여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일본 작가 하시다 스가코가 지은 소설 ‘오싱’을 다시 꺼내들었다. 1980년대부터 자주 읽던 책인데 올해 경영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19세기 말 가난한 일본 소작농의 딸이었던 오싱이 고난을 극복하고 전국적인 슈퍼마켓 체인회사 사장이 되기까지의 고난 극복담이다.

그는 이달 말 예정된 최태원 SK 회장의 선고공판과 관련, “개인적으로 참 불행한 일”이라며 “이번 송사가 잘 수습돼 최 회장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SKC의 계열분리와 관련해서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맡은 영역에서 책임경영을 하면서 그룹의 발전을 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이다.

라스베이거스=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