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술 씨(51·사진)는 1986년 청원경찰로 기업은행에 입사해 38구경 권총을 허리에 차고 현금 운송, 경비 업무를 20년 동안 해왔다. 그러던 그에게 2007년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근무 태도가 훌륭하니 은행 업무를 직접 해보지 않겠느냐고 은행 측에서 먼저 제안해왔다. 연수를 받은 뒤 2008년부터 서울 등촌역 지점에서 업무를 시작한 김씨는 지난해 1년 동안에만 신규고객왕에 10번이나 올랐다.

기업은행은 10일 김씨를 청원경찰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은행 경기 부천 원미출장소장으로 발탁·승진시켰다. 이날 오후 기자와 만난 김 소장은 승진 통보를 받은 지 2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인지 “지금도 믿기지 않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운산기계공고를 나와 청원경찰로 은행에서 일한 그는 “청원경찰 일을 열심히 하면 혹시라도 기회가 찾아올까 해서 21년간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다 2007년에 모범사원을 뽑아 행원으로 직종을 전환해주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김씨는 매일 새벽까지 상품을 공부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고객이 혹시라도 물을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며 잠에 빠져들곤 했다. 낮에는 고객들을 찾아가 상품을 소개했다.

그가 집중 공략한 대상은 유치원 원장이었다. 유치원 원장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긴밀하기 때문에 한 명을 고객으로 확보하면 뒤이어 여러 명의 다른 고객들도 함께 끌어올 수 있어서다. 유치원 원장들은 처음 찾아갈 땐 “바쁘다, 귀찮다”고 무안을 주며 상담을 거절했지만 다섯 번, 열 번 찾아가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김 소장이 지난 5년 동안 확보한 신규 방카슈랑스 고객만 7600여명이다. 통상 은행원 한 명이 방카슈랑스 고객을 한 달에 한 명 유치하기도 어렵다. 김 소장은 “나중에는 등촌역 인근 지역에서 제 소문을 들은 고객이 직접 전화를 해 상품에 가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번 승진으로 기업은행에서 또 다른 인사기록을 세웠다. 과장에 오른 뒤 출장소장이 되기까지 보통은 8년 이상 걸리는데 반해 그는 6개월만에 발탁된 것이다. 기업은행 사상 최단시간이다.

이날 인사에서 창구텔러로 입행해 외환업무 전문가가 된 권인영 계장도 과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또 보일러공 출신인 정길수 대리도 과장으로 승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