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위조' 대기업 며느리들, 딱 걸려 결국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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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유층들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이 대거 적발되면서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서울시가 외국인학교 유치사업을 돌연 중단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의욕적으로 판을 벌였다면 박원순 현 시장은 전격 사업중단이라는 쐐기돌을 박은 셈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외국인학교 3개교 유치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초구 반포동과 마포구 상암동에 영국과 미국계 외국인학교가 개교했으며, 개포에도 외국인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서울시는 외국인학교 추가유치 사업 중단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수가 줄어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형태 서울시의원 등에 따르면 서울시 외국인학교는 사실상 부유층 학교로 변한 상황이다. 김 의원이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외국인학교에서 한국인 학생의 수가 더 많은 웃지 못할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수업료도 비싼 곳은 연간 3000만원이 넘고 통상 1~2000만원을 호가해 외국인학교들은 한국인 부유층의 특권학교가 됐다는 지적을 뒷받침했다. 학교운영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이런 외국인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서울시는 헐값에 토지를 임대해주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심지어 학교건물을 서울시 예산으로 지어서 제공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해당 외국인학교들은 국내 규정에 저촉되지 않게 학생들 입학이나 학교운영을 모두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외국인학교 유치사업 중단에 따라 외국인학교와 관련돼 불거지고 있는 주요 이슈들과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서울시는 외국인이 줄어들어 중단했다는데
장상용 서울시 경제진흥실 투자관리팀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개포외국인학교 유치를 앞두고 외국인학교 유치사업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외국인이 줄어들어 수요에 비해 외국인학교가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발표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학령층 인구는 2007년 이후 2011년까지 1만1000명이 넘었으나 2012년 9월에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학령층 인구가 9942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영어권 외국인학교 정원은 2007년 5291명에서 2012년 6982명으로 증가했다. 학령층 인구(수요)가 줄어든 반면 정원(공급)이 늘어 공급과잉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1년 서울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소재 외국인학교 재학생 현원이 정원의 61.3%에 불과하다”며 외국인학교 유치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는 외국인학교의 추가유치가 필요한지 재검토했으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외국인 학령층 인원의 급격한 감소로 불가피하게 중단한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며 외국인학교에 대한 크고 작은 문제제기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시의회 교육의원은 정당소속이 아님)은 “시민의 혈세를 부유층 영어교육에 쏟아부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시 22개 외국인 학교의 한국인 비율은 정원대비 13.5%, 현재인원 대비 23.5%에 달했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서울국제아카데미 학교의 경우 외국인학생이 18명에 불과한데 비해 한국인 학생은 81명에 달해 전체 학생 중 81.8%가 한국인이었다.
용산구 한남동의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 역시 외국인이 23명인데 반해 한국인 학생은 38명으로 전체의 62.3%가 한국인이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국 외국인학교 역시 외국인 38명에 한국인 43명으로 한국인이 전체의 53.1%에 달했다.
김 의원은 “외국인학교들의 경우 수업료가 비싼 곳은 1년에 3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며 “영어교육을 손쉽게 시키고 싶은 부유층들이 자식을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성적이 좋아야 하는 특목고와 달리 외국인학교는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갈 수 있다. 결국 서울시 의도와 달리 부유층들이 다니는 특별한 학교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유층들, 자녀 외국인학교 입학 위해 국적세탁까지
외국 거주기간 등 외국인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일부 부유층들은 시민권과 여권을 위조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지방검찰청은 이같이 허위 시민권과 위조여권을 토대로 부정입학을 한 학부모 47명과 브로커 7명을 적발해 이들을 기소했다. 외국인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허위 시민권과 위조여권 등을 발급받는데 든 돈은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였다. 내국인은 여러 가지 제한이 있으나 국적이 외국인인 경우에는 외국인학교를 들어가는데 제한이 없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사회 고위층이 껴 있어 검찰이 사건을 축소하려 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외국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국내법을 적용하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했으나 실태는 입학문제에서 보듯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수업료가 비싼 곳은 3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지만 외국인학교가 수업료를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이에 외국인학교들 중에는 교원 한 사람에게 2억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평균연봉은 큰 차이를 보여 전체 교원 연봉이 6000만원을 넘는 학교에서부터 2000만원에 못미치는 학교까지 편차가 컸다.
김 의원은 “일부 외국인학교들은 설립 취지와 형편을 볼 때 보다 많이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 부유층에게 고액의 수업료를 받아 운영하는 학교들은 문제가 심각하다. 수업료 외에 학교발전기금 등은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치외법권에 놓인 외국인학교도 ‘초중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