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핵심 공약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내세웠다. 미래 전략과 과학기술, 신성장동력을 총괄하는 거대 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 정확히 알려져 있진 않다.

이런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2007년 영국의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탄생한 ‘산업·혁신·기술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영국은 2007년 고든 브라운 전 총리(노동당) 체제 출범에 맞춰 대대적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했다. 우선 인적 자원 개발과 고용을 총괄하던 교육고용부에서 대학 부문과 고용 부문을 떼어내고 ‘아동·학교·가족부’로 축소 개편했다. 대신 고용 부문은 통상산업부(한국의 지식경제부)가 바뀐 ‘산업·기업·규제개혁부’로 통합했고, 대학 부문은 기존 통상산업부에서 떼어낸 과학기술 육성 부문과 합쳐 ‘혁신·대학·기술부’로 출범했다.

영국이 혁신·대학·기술부를 만들게 된 배경은 과학기술 육성과 제조업 부흥에 있다. 영국의 제조업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간 세계를 주도하다 2차대전 이후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산업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맨체스터대, 글래스고대 등의 연구 기능을 되살리고 제조업에 적용하기 위해선 대학과 과학기술 육성을 관장하는 부서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10년 집권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후속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산업·기업·규제개혁부와 혁신·대학·기술부를 합쳐 ‘산업·혁신·기술부’를 만든 것이다. ‘경제성장부’라고도 불리는 이 부처는 부총리 1명과 6명의 장관이 함께 일하는 거대 조직이다.

경제 성장(한국의 기획재정부), 고등 교육과 과학기술 육성(교육과학기술부), 기업·산업 육성(지식경제부), 고용 정책(고용노동부), 규제 개혁(총리실)의 기능까지 갖고 있다. 이 같은 거대 부서가 등장한 것은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처 간 장벽을 없애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려는 것이다.

영국이 유럽 재정위기에서 한발 비껴설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발빠른 조직 개편으로 유연한 정부를 구축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과학기술과 인재 육성, 고용 정책, 기업 지원 등에서 부처 간 벽을 없애는 것이 위기 탈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