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개혁을 위해 인수위가 할 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감독 개편은 중장기 과제
5년전 졸속결정 타산지석 삼아
민간委가 개혁안 제시토록 해야"
김홍범 < 경상대 교수·경제학 hbkim@gnu.ac.kr >
5년전 졸속결정 타산지석 삼아
민간委가 개혁안 제시토록 해야"
김홍범 < 경상대 교수·경제학 hbkim@gnu.ac.kr >
세계경제를 궁지로 몰아넣은 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이 실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지난 수년간 선진 각국은 자국의 금융시스템 개혁을 추진해왔다. 한국에서도 금융감독 개편 논의가 반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여기에는 현행 감독체계에 중대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학계 및 당국의 인식은 물론, 새 정부 출범에 맞춰 2013년 초 금융 관련 정부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 맥락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은 정치경제적 사안이다. 개편이 관련 정책당국 간 권한 및 역할의 재배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금융의 효율 및 안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이런 사안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이기는 현실이 흔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시 단행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금융부처 개편이 바로 그런 일례다. 당시 인수위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관장하던 금융정책권을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부처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금융감독(위험감시)은 금융정책(규제완화)에 내내 종속됐다. 정책당국은 내수 부양을 겨냥한 규제완화의 기조 아래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저축은행 부실을 오랫동안 방치했고, 금융위기 중에도 가계부채가 줄기차게 늘어나는 기현상을 수년간 방관했다. 충돌하는 두 권한을 하나의 당국에 몰아주면 이처럼 왜곡이 생긴다. 이는 경제이론의 기본이다. 정책당국이 시장의 환호 속에 금융정책에 치중하는 한편, 잘해봐야 티도 안 나는 금융감독에 소홀하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이틀 전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여러 굵직한 국정현안이 다뤄지겠지만, 특히 금융분야에서 이번 인수위는 지난 인수위의 실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인수위는 감독 개편의 내용을 자신이 직접 확정짓기보다는 앞으로 새 정부에서 바람직한 개편안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이것이 인수위의 본분이자 최선이다. 경제이론적으로 감독 개편에 만점 답안은 없다. 정치적으로 감독 개편은 관련 당국 간 권한 재배분을 수반한다. 그런 만큼 감독 개편은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신중히 감안해 확정해야 할 중장기 과제다. 한시기구인 인수위가 자신에게 주어진 법률적 본분(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을 망각한 채 해법의 내용 자체를 서둘러 결정하려 든다면 5년 전처럼 졸속이 될 게 뻔하다. “경제이론에도 부합하고 사회적 합의에도 충실한 감독개편안이 나올 수 있으려면 어떤 방식으로 이 사안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 인수위는 바로 이런 방법의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인수위는 금융안정 및 금융개혁의 커다란 맥락에서 감독 개편 이슈를 봐야 한다. 금융감독은 한국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 기능, 정부의 공적자금 기능 등 안정을 위한 공적 금융안전망의 여러 기능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러므로 금융안전망의 운행과 무관하게 감독만을 따로 떼어내 논의할 수는 없다. 나아가 금융안전망 또한 국내 금융의 미래비전에 따라 그 모습과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에서는 금융의 미래에 대해 이렇다 할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
요컨대 업계와 학계의 민간전문가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미래를 탐구하고 금융안전망 및 금융감독 체계에 관한 개혁안을 제시하도록 책무를 부과하는 일이 시급하다. 바로 이런 민간위원회를 인수위가 제대로 구성하고 명확한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 이때 인수위는 1990년대 중반 호주와 캐나다 금융개혁의 추진체였던 월리스 위원회와 매케이 위원회의 각 운영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의 당시 금융개혁을 오늘날 세계적 성공스토리로 만들어준 핵심 관건은 이들 민간위원회의 독립성, 투명성과 개방성 등 우량지배구조에 있었다.
김홍범 < 경상대 교수·경제학 hbkim@gnu.ac.kr >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은 정치경제적 사안이다. 개편이 관련 정책당국 간 권한 및 역할의 재배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금융의 효율 및 안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이런 사안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이기는 현실이 흔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시 단행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금융부처 개편이 바로 그런 일례다. 당시 인수위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관장하던 금융정책권을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부처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금융감독(위험감시)은 금융정책(규제완화)에 내내 종속됐다. 정책당국은 내수 부양을 겨냥한 규제완화의 기조 아래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저축은행 부실을 오랫동안 방치했고, 금융위기 중에도 가계부채가 줄기차게 늘어나는 기현상을 수년간 방관했다. 충돌하는 두 권한을 하나의 당국에 몰아주면 이처럼 왜곡이 생긴다. 이는 경제이론의 기본이다. 정책당국이 시장의 환호 속에 금융정책에 치중하는 한편, 잘해봐야 티도 안 나는 금융감독에 소홀하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이틀 전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여러 굵직한 국정현안이 다뤄지겠지만, 특히 금융분야에서 이번 인수위는 지난 인수위의 실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인수위는 감독 개편의 내용을 자신이 직접 확정짓기보다는 앞으로 새 정부에서 바람직한 개편안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이것이 인수위의 본분이자 최선이다. 경제이론적으로 감독 개편에 만점 답안은 없다. 정치적으로 감독 개편은 관련 당국 간 권한 재배분을 수반한다. 그런 만큼 감독 개편은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신중히 감안해 확정해야 할 중장기 과제다. 한시기구인 인수위가 자신에게 주어진 법률적 본분(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을 망각한 채 해법의 내용 자체를 서둘러 결정하려 든다면 5년 전처럼 졸속이 될 게 뻔하다. “경제이론에도 부합하고 사회적 합의에도 충실한 감독개편안이 나올 수 있으려면 어떤 방식으로 이 사안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 인수위는 바로 이런 방법의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인수위는 금융안정 및 금융개혁의 커다란 맥락에서 감독 개편 이슈를 봐야 한다. 금융감독은 한국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 기능, 정부의 공적자금 기능 등 안정을 위한 공적 금융안전망의 여러 기능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러므로 금융안전망의 운행과 무관하게 감독만을 따로 떼어내 논의할 수는 없다. 나아가 금융안전망 또한 국내 금융의 미래비전에 따라 그 모습과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에서는 금융의 미래에 대해 이렇다 할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
요컨대 업계와 학계의 민간전문가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미래를 탐구하고 금융안전망 및 금융감독 체계에 관한 개혁안을 제시하도록 책무를 부과하는 일이 시급하다. 바로 이런 민간위원회를 인수위가 제대로 구성하고 명확한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 이때 인수위는 1990년대 중반 호주와 캐나다 금융개혁의 추진체였던 월리스 위원회와 매케이 위원회의 각 운영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의 당시 금융개혁을 오늘날 세계적 성공스토리로 만들어준 핵심 관건은 이들 민간위원회의 독립성, 투명성과 개방성 등 우량지배구조에 있었다.
김홍범 < 경상대 교수·경제학 hbkim@g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