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는법? 후회도 집착도 말고 '불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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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시인 주병율 씨 시선집 '마흔, 사랑하는 법…' 출간
40대 사춘기인 ‘마흔앓이’를 겪는 이들을 위해 주병율 시인(53)이 시선집을 엮었다. 《마흔, 사랑하는 법이 다르다》(더좋은책). 과거에 대한 상실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사이에서 고민을 토로하는 마흔이 많다. 제목처럼 마흔엔 사랑하는 법도, 살아가는 법도 달라지는 것일까. 흔들리면서도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40대에게 이 책은 신경림 정현종 최승호 등 71명의 시로 답하며 위로한다.
최승호 시인의 ‘물든 놈’은 40대를 자조적으로 부르면서도 어떤 동질감으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어느 해 여름 不二門(불이문)이라는 아름다운 문을 보고, 비구니들의 저녁공양도 받고, 절간 한 귀퉁이 방에 나그네로 잠든 밤에, 얕은 꿈속으로 동창생들이 몰려와 나를 끌어내며 나무라듯 말하더군요. -너같은 물든 놈이 왜 여기서 잠을 자냐고’
하지만 40대가 ‘물든’ 것은 살기 위해 달리다보니 그런 것 아닐까. 40대는 물들기만 한 걸까. 이재훈 시인의 ‘당나귀’는 40대가 느낄 법한 상실감이나 막막함 또는 억울함을 표현한다.
‘터덕터덕 걸었을 뿐이다/모래바람 따라 그랬던 건 아니다/보리가 살갗에 닿는 쓰라림 같은 것/그렇게 하늘 끝을 향해 걸어갔다/(…)/사랑을 배운 죄로/이 넓은 광야를 걷고 있는 것일까/(…)/뼈와 살이 풍화되는 겨울 저녁/아무도 나의 고향을 말해주지 않았다/아무도 나의 노래를 들어주지 않았다’
상실에 빠진 물든 40대는 세상과 어떻게 화해할까. ‘불혹, 화해를 시작하다’라는 장(章)에 실린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이 40대와 세상의 ‘화해법’ 아닐까. 후회도 집착도 하지 말고 ‘불혹’하라는 이야기다.
‘떠나고 싶은 자/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잠들게 하고/그리고도 남는 시간은/침묵할 것./(…)/그대 살 속의/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쉽게 꿈꾸지 말고/쉽게 흐르지 말고/쉽게 꽃피지 말고//실눈으로 볼 것/떠나고 싶은 자/홀로 떠나는 모습을/잠들고 싶은 자/홀로 잠드는 모습을’
그렇게 해서 이르는 경지는 김종삼 시인의 ‘묵화’다. 말이 필요 없는 위로로 함께 살아갈 뿐이다. ‘물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최승호 시인의 ‘물든 놈’은 40대를 자조적으로 부르면서도 어떤 동질감으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어느 해 여름 不二門(불이문)이라는 아름다운 문을 보고, 비구니들의 저녁공양도 받고, 절간 한 귀퉁이 방에 나그네로 잠든 밤에, 얕은 꿈속으로 동창생들이 몰려와 나를 끌어내며 나무라듯 말하더군요. -너같은 물든 놈이 왜 여기서 잠을 자냐고’
하지만 40대가 ‘물든’ 것은 살기 위해 달리다보니 그런 것 아닐까. 40대는 물들기만 한 걸까. 이재훈 시인의 ‘당나귀’는 40대가 느낄 법한 상실감이나 막막함 또는 억울함을 표현한다.
‘터덕터덕 걸었을 뿐이다/모래바람 따라 그랬던 건 아니다/보리가 살갗에 닿는 쓰라림 같은 것/그렇게 하늘 끝을 향해 걸어갔다/(…)/사랑을 배운 죄로/이 넓은 광야를 걷고 있는 것일까/(…)/뼈와 살이 풍화되는 겨울 저녁/아무도 나의 고향을 말해주지 않았다/아무도 나의 노래를 들어주지 않았다’
상실에 빠진 물든 40대는 세상과 어떻게 화해할까. ‘불혹, 화해를 시작하다’라는 장(章)에 실린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이 40대와 세상의 ‘화해법’ 아닐까. 후회도 집착도 하지 말고 ‘불혹’하라는 이야기다.
‘떠나고 싶은 자/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잠들게 하고/그리고도 남는 시간은/침묵할 것./(…)/그대 살 속의/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쉽게 꿈꾸지 말고/쉽게 흐르지 말고/쉽게 꽃피지 말고//실눈으로 볼 것/떠나고 싶은 자/홀로 떠나는 모습을/잠들고 싶은 자/홀로 잠드는 모습을’
그렇게 해서 이르는 경지는 김종삼 시인의 ‘묵화’다. 말이 필요 없는 위로로 함께 살아갈 뿐이다. ‘물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