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안팎은 예사다. 바람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살을 엔다. “춥다~추워~”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릴 눈과 얼음의 도시 강원도 평창의 겨울이다. 평창의 겨울 평균 강설량은 2m50㎝. 어딜 가도 눈 천지요, 그야말로 온 세상이 하얗다.

○설경 진수 즐기는 눈꽃 트레킹

평창과 강릉의 경계인 해발 832m의 대관령은 평창의 겨울이 시작되는 곳이다. 눈이 많이 내려서 눈꽃 트레킹의 명소다. 특히 대관령과 강릉 사이에 있어서 서쪽으로는 대관령, 동쪽으로는 동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선자령은 눈꽃 트레킹의 명소다. 대관령과 선자령을 잇는 백두대간 능선은 국내 최고의 눈꽃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선자령 정상은 ‘백두대간 전망대’라는 별명답게 조망이 시원하다. 또 대관령과 선자령 일대에는 높이 80m의 타워에 거대한 회전날개를 단 하얀색 풍력발전기들이 백두대간 능선과 함께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총면적이 2000㏊에 이르는 대관령면 횡계리의 삼양대관령목장(033-335-5044)은 동양 최대의 초지 목장이다.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전망대(1140m)까지 4.5㎞를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 구간 안에 양·소 방목지와 타조 사육지, 산책할 수 있는 목책로 등이 늘어서 있어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명소로 인기다. 목장의 정상에 서니 풍력발전기 너머로 강릉 시가지와 동해바다까지 보인다. 해돋이와 해넘이도 볼 수 있어 겨울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관령 눈꽃마을에서 민속사냥 체험

백두대간의 준령인 황병산(1407m) 자락에 있는 작은 산간마을인 대관령 눈꽃마을에 가면 별별 겨울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눈꽃마을은 주민들이 운영하는 체험마을로 봅슬레이 눈썰매, 스노래프팅, 황병산 사냥놀이, 코뚜레만들기, 설피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가장 이색적인 레포츠는 전통썰매 타기. 길이 1m, 너비 12~15㎝로 서양의 스키를 닮은 전통썰매를 타고 눈밭을 달리는 재미가 각별하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9호인 황병산사냥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황병산놀이는 고로쇠나무로 만든 전통썰매와 다래넝쿨로 만든 설피를 신고 창으로 멧돼지 등의 산짐승을 잡던 옛 사냥기술을 활용한 것.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폭설이 내린 후 눈이 다져지면 마을 사람들은 너댓 명에서 많으면 10여명씩 무리를 이뤄 산으로 멧돼지나 노루 사냥을 나갔다고 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차항2리의 박재동 씨(71)와 최종근 씨(56)가 전통썰매, 설피 만들기 및 타기 체험을 지도해준다. (033)333-3301

○상고대 선명한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의 대표 명소 가운데 하나가 미탄면 청옥산과 육백마지기다. 미탄면과 정선읍 경계에 있는 청옥산(1255m)은 평창아라리에 등장하는 산이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으로 시작하는 한치 뒷산이 바로 청옥산이다. ‘평창 아리랑’의 발상지가 이곳이라는 얘기다. 김흥소 평창아라리보존회 사무국장은 “평창 아리랑은 청옥산 육백마지기 일대에서 곤드레나물 등의 산나물을 뜯고 채소를 가꾸며 살던 주민들이 삶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 부른 노래가 구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선 아리랑과 음률은 같지만 후렴이 없는 게 특징이다.

육백마지기는 이 청옥산 정상 부근의 평탄한 지형을 이르는 이름.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란 의미로 ‘육백마지기’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유명하다. 늦가을 배추를 수확할 무렵이면 넓게 펼쳐진 푸른 배추밭이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겨울엔 차는 물론 사람이 오르기도 어렵다. 트럭에 스노체인을 감고 정상 아래까지 오르다 산길 트레킹을 한 지 30분여. 상고대가 하얗게 핀 나무와 드넓은 설원, 첩첩이 펼쳐진 산들이 오르는 동안의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평창 여행을 마칠 무렵엔 다음달 3일까지 진부나들목 인근 오대천에서 열리는 제6회 평창송어축제에 들러 손맛을 즐겨보자. 축제장에선 송어 얼음낚시, 송어 맨손잡기, 송어 가족낚시 등과 눈썰매, 얼음썰매, 스노래프팅, 봅슬레이, 얼음기차 등 다양한 겨울놀이를 즐길 수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얼음낚시는 1만3000원(어린이낚시터 1만원), 맨손잡기는 1만5000원, 텐트를 제공하는 가족낚시터는 2만원. 진부면축제위원회 (033)336-4000

평창=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