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을 최대한 빨리 투입해 가라앉는 경기를 지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사진)은 3일 기자와 만나 올해 세출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를 위해 예산실은 지난 1일 새벽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 서울 반포의 임시 사무실에서 서둘러 예산 집행계획을 마련했고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이 실장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 경기 상황을 고려해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추경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는 상반기 재정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내에서는 성급한 추경 논의보다는 재정의 조기 투입이 실패로 끝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경기 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도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실장은 국회의원들의 지역현안사업 해결을 위한 ‘쪽지예산’에 대해 “실제 집행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의 적정성을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관행으로 이뤄져 왔던 쪽지예산의 밀실 심사는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4조원 가까운 예산이 국회 밖에서 공식적인 기록 없이 책정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모든 예산의 심사과정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투명하게 논의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예산심의가 가능한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예산심사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10월 말 국회의 국정감사가 끝난 뒤 한 달여 만인 법적시한(12월2일) 이전까지 예산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정감사를 상반기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사실상 연중 국회가 열리는 상시 국회 체제여서 국정감사 기간을 앞당기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정부의 예산편성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운영의 기본 원칙”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재정건전성을 잘 지켜온 만큼 이 같은 전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