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의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구랍 31일 무장 괴한의 기습 공격으로 반정부 시위 참가자가 중태에 빠졌다고 일간 알 아흐람이 1일 보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마스크를 쓴 무장 괴한 4명이 오전 6시께 빨간색의 승용차를 몰고 타흐리르 광장에 나타나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를 하는 과정에서 활동가 무하나드 사미르(19)에게 집중적으로 산탄을 발사했다.

두개골과 얼굴, 목 부위에 수 발의 산탄이 박힌 사미르는 피를 심하게 흘리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괴한들은 사미르를 향해 근접 사격을 했고 한 공범은 증거를 없애려고 바닥에 떨어진 탄피를 모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범인들은 사복 차림의 정보요원으로 추정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범행 가담자 중 일부는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타흐리르 광장을 방문해 사미르와 다른 시위 참여자들의 인적 사항을 캐물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사미르의 변호인 타메르 고마는 "사미르는 현재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범인들이 표적 살해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4월6일 청년운동' 회원인 누레딘은 "사미르는 모든 시위에서 항상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에 타깃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사미르는 2011년 12월 시민 혁명 기간 동료 활동가의 죽음을 지켜본 목격자이기도 하다.

사미르는 이집트 대선 전 군부의 통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다리에 총탄을 맞았으나 군인을 공격하고 공공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재판을 받는 도중 석방됐다.

사미르는 출소하고 나서 이집트 민영방송에 나와 "군인이 나와 동료에게 총을 쐈다"며 "11개월의 구금 기간 고문을 받았고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증언했다.

고마는 "사미르는 누가 그의 친구를 살해했는지 알고 있다"며 "친구의 사망을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인 사미르는 경찰을 충분히 당황케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사미르가 공격을 당하던 같은 시간대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다른 무리의 괴한들이 또다른 활동가 모하메드 디아브(19)를 끌고 가 집단 구타를 가한 뒤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디아브는 머리에 상처를 입고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의 치안 부재를 성토하는 동시에 괴한들을 찾아다니다가 일부 차량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집트 보안 당국은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범인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타흐리르 광장에 텐트를 치고 두 달째 머무는 시위대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새 헌법 강행 처리를 비판하고 헌법 수정을 요구해 왔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