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창립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글로벌 성장의 본격적인 도약기로 삼고 있다. SK그룹이 글로벌 성장을 자신하는 것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양대축 외에 SK하이닉스까지 더해 반도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달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올해 ‘융합과 혁신’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구상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펀드를 활용한 대규모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2월 하이닉스 인수를 마무리지은 뒤 경영 실적을 개선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직후 개최한 이사회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최 회장은 우선 지난해 하이닉스에 전년 대비 20% 늘어난 4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이 재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미세공정 생산설비를 갖췄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 회장은 또 하이닉스의 미래 경영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뒤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 기업과의 기술 제휴 및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IBM과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달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한 뒤 유럽 내 기술연구센터로 전환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미국의 램드(LAMD)사도 인수했다. 이에 힘입어 2012년 2분기에는 2조632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230억원을 기록하면서 4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그룹은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펀드 형식의 투자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터키 유력 기업인 도우쉬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와 향후 5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 조성, 전자상거래(e-commerce) 합작사 설립 협약 등을 체결했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미국 칼라일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협약은 글로벌 투자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SK그룹과 1560억달러(약 170조원) 운용 규모를 자랑하는 칼라일 그룹과의 제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자원 협력 모델로 글로벌 자원 영토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 자원 경영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SK의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 건설 등 분야에서 기술을 지원하고 해당 국가는 SK가 원하는 자원 확보에 협력하는 자원 협력 모델을 자원부국에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성공 사례는 윤활유 사업이다. 최 회장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유도유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갖고 윤활기유 공장 건설을 제안했다. 이후에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정·재계 인사들을 수시로 만나면서 윤활기유 공장 설립을 진두지휘해 2008년 인도네시아에 윤활기유 공장을 완공했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회사 렙솔(Repsol)과 그룹Ⅲ 윤활기유 합작 공장을 준공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은 국내에서는 경쟁사와 경쟁력 차이가 줄어들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신흥경쟁국 부상과 기술 융합화 트렌드로 도전을 맞고 있다”며 “이 같은 국내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성장전략 등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