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재앙'…택시법에 혈세 2조
여야가 31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간주해 재정을 국고로 지원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택시법)에 합의함에 따라 2조원이 넘는 혈세가 택시와 버스업계에 투입될 전망이다.

그동안 버스 등에 제공해 왔던 대중교통 환승 할인, 통행료 인하, 소득공제, 공영차고지 및 차량 시설 지원 등의 혜택을 택시업계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재정 소요액만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이 추가로 공약한 유가보조금 지원(4300억원), 일반택시 부가가치세 90% 감면(1800억원), 액화석유가스(LPG) 개별소비세 면제 및 할당관세 연장(2100억원), 감차 보상(170억원) 등에도 약 9000억원이 들어간다.

아울러 정치권의 택시법 처리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버스업계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유류세 100% 지원(1800억원)이나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800억원) 등 각종 민원성 요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세 부담은 2조1000억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택시법 개정에 따른 주된 수혜 대상이 생활고를 겪는 택시기사가 아닌 택시회사로 돼 있는 데다 택시가 과연 대중교통의 정의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한 교통 전문가는 “여야가 택시법을 졸속 처리할 게 아니라 왜 택시가 대중교통이 돼야 하는지 타당한 근거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택시법 개정으로 교통 편익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국민에게 설명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택시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마련했던 택시업계 지원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LPG에만 부여하던 유류세 감면 혜택을 디젤을 비롯한 다른 연료에도 주는 ‘연료다원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는 버스, 지하철과는 그 기능이 근본적으로 달라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기 곤란하다”며 “택시법이 통과되면 과잉공급 해소, 요금 현실화를 제외한 (국토부가 추진했던) 다른 지원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던 버스업계 측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정치적 요구를 하는 게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 파업은 일단 철회했지만 정부 전문가 국민 모두가 반대하는 택시법을 굳이 왜 통과시키려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택시법보다 (국토부가 추진했던) 관련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원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