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깨알 같은 글씨가 적힌 메모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중소기업·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메모를 보면서 앞으로 추진해나갈 정책들을 설명했다고 한다.

기업 3불 문제(시장불균형, 거래불공정, 제도불합리) 해소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을 포함해 △근로자재산형성지원제(옛 재형저축) 부활 △정부조달·공공구매 중소기업 비율 확대 △중소기업 수출 및 판로지원 예산 확대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그동안 중기인들과의 간담회나 공약에서 약속했던 사항들이다.

중소기업계는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중소기업 생태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정책 대안을 곧 출범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31일 “당선인이 실현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공약집에 넣었지만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한 대목에 기대를 하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이에 따라 공약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다. 중소업계는 가업승계 공제한도 확대나 소기업 우선구매제도 같은 정책들은 공약집에는 빠져 있지만 쉽게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정책들이어서 추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부 신설이나 경제민주화 지속추진을 위한 행정기구 설치 등에 대해서는 업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선인이 수차례 즉답을 피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등으로 에둘러 답변해온 사항이어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논리와 정당성을 갖고 인수위원회나 새 정부를 설득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오는 4일 있을 중소기업인 신년 하례식에도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참석하겠다고 밝혀 중소기업인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박 당선인과는 지난해에만 다섯 차례의 만남이 있었다”며 “당선인이 4일 행사에 참석하면 중기인들과 휠씬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