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스스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 에너지 덕에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과 위성 혜성 등 태양계의 전 가족이 살아 움직인다. 태양은 단단한 고체 덩어리가 아니라 기체로 둘러싸여 있다. 그냥 기체가 아닌 전기적 속성을 갖는 플라즈마 상태의 수소 가스다. 우주 공간을 덮고 있는 것도 플라즈마다. 이 수소 가스가 엄청난 고온 고압상태에서 서로 충돌하고 합쳐져 생기는 에너지가 바로 태양 에너지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전체의 22억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구가 1초마다 받는 에너지양이 수소폭탄 1000개 정도이고, 대형 발전소 1억5000만개와 맞먹는다고 하니 태양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인류가 태양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온 이유다. 태양광 발전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인공 태양을 만들어보려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러시아의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이고르 박사팀이 도넛 모양의 튜브 안에 고온의 플라즈마 가스를 자기력으로 유도해 가둬놓으면 플라즈마끼리 충돌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 게 시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자기력과 고온 진공 조건 같은 고난도의 기술과 장치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었다.

구소련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는 하는 수 없이 1985년 미·소 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이 공동 참여하는 국제핵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자고 제안했다. 이 구상은 선진국들에 의해 받아들여져 2007년 프랑스 카다라슈에 핵융합로를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 융합로는 플라즈마가 발생된 뒤 10분간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본격 가동은 2030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1995년부터 핵융합실험로 개발에 들어가 2007년에 초전도핵융합실험장치(KSTAR)를 만들었다. 국제 핵융합로가 플라즈마를 직접 생성하고 에너지를 방출하는 데 비해 KSTAR는 플라즈마를 안전하게 운용하는지 실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크기도 국제 핵융합로의 25분의 1 정도다.

며칠 전 KSTAR가 5000만도의 고온에서 17초간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4년 전 ‘1초 운용’의 벽을 깨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물론 미국 일본보다는 뒤처져 있고, 아직은 갈길이 멀다. 하지만 기초과학이 냉대받는 풍토에서 일궈낸 성과라 의미가 적지 않다. 연구진들의 땀과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