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불황·추위로 크는 '냉혹한' 내의사업…성공비결은 '훈훈한' 동료애"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기업人 파워기업인 생생토크 - 박칠구 지비스타일 사장

    '다보탑메리야스'로 시작…환란때 인재 떠나보내
    사업 나아진 후 직원들 절반 이상 컴백…2년 만에 매출 76%↑
    친환경 아동 내의, 美·中·러에서도 인기…中에 30개 매장 목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초.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동용 내의 전문업체인 지비스타일의 서울 용두동 본사. 여러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지금은 회사가 어려워 여러분을 떠나 보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복귀시키겠습니다.” 박칠구 사장(당시 46세)은 감원을 선언했다. 그동안 가족처럼 똘똘 뭉쳐 일했던 직원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박 사장 역시 수시로 손수건을 꺼냈다. 이날 지비스타일 직원 6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인 2008년. 이 회사에선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10년 전 회사를 떠났던 강효선 씨가 약속대로 회사로 돌아온 것이다. 강씨는 지금 ‘첨이첨이’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을 맡고 있다. 서영선 씨도 마찬가지. 그는 현재 성인용 이너웨어인 ‘쿠스쿠스’의 사업부장을 담당하고 있다. 김명규 씨는 2011년 컴백해 아웃웨어 해외사업 담당 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돌아온 직원이 27명에 이른다. 당시 떠났던 직원 중 77%가 복귀한 것이다. 이들이 돌아올 때마다 옛 동료의 귀환을 환영하는 작은 파티가 벌어졌다. 이제는 이들이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인 유아용 내의와 성인 내의, 신규 사업인 아웃웨어 등을 총괄하고 있다. 회사도 불황 속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 사장은 “매출(판매가 기준)이 작년 500억원에서 올해는 약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0년 340억원에서 2년 새 76%나 신장한 것이다. 불황 속에서 성장한 비결이 무엇일까. 회사를 떠났던 재능있는 직원들이 외부에서 역량을 키운 뒤 타사로 옮기지 않고 굳이 왜 이 회사를 다시 찾아온 것일까.

    박 사장은 1984년 서울 동대문에서 지비스타일을 창업했다. 2평짜리 가게를 얻어 메리야스 판매에 나섰다. 박 사장의 선친인 고 박영완 씨는 대구에서 다보탑 메리야스를 창업한 기업인이다. 다보탑은 이 지역에선 유명 브랜드였다. 하지만 사세가 기울고 1981년 작고하면서 박 사장에게 “메리야스 사업을 일으키라”는 유언을 남겼다. 박 사장은 11명에 이르는 자녀 중 막내아들이자 7번째 아들이었다. ‘칠구’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맨손으로 서울로 올라온 박 사장은 동대문시장에서 메리야스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상호는 거봉상사였다. 지비스타일의 ‘GB’는 거봉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그는 인천 중앙시장과 수원의 영동시장을 다니며 메리야스 가게를 상대로 자사 제품을 팔았다.

    "불황·추위로 크는 '냉혹한' 내의사업…성공비결은 '훈훈한' 동료애"
    이때 그는 ‘장사는 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년 동안 노력한 끝에 동대문에서 가장 목이 좋은 가게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메리야스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를 계기로 1차 도약을 하고 1992년 미국의 유명 캐릭터를 도입하면서 급성장하게 됐다. 하지만 1997년 중반 그 캐릭터가 타사로 넘어가게 되면서 졸지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는 “그때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내시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키워온 해외캐릭터를 타사가 차지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였다. 외환위기도 닥쳤다. 1998년 초 눈물을 머금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이때 자기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브랜드 전문업체에 의뢰해 ‘무냐무냐’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백화점을 중심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무냐무냐’는 ‘뭐냐뭐냐’를 변형시킨 것이다. 박 사장은 “그동안 인체친화적인 순면제품을 생산하던 노하우와 디자인력을 살려 아동용 고급 내의를 만들어 승부수를 띄웠다”고 말했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국내 브랜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박 사장의 각오를 들은 백화점 담당자들은 앞다퉈 이 회사 제품을 입점시켰다. 이어 ‘첨이첨이’를 내놨고 이후 성인용 이너웨어인 ‘쿠스쿠스

    도 선보였다. 공통점은 친환경제품, 다양한 디자인, 좋은 착용감이라는 3박자를 갖춘 것이다. 박 사장은 “우리가 아동용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공룡, 영어 및 수학 등 다양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엄마와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예쁘고 깜찍한 옷을 정성껏 만든 데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불황·추위로 크는 '냉혹한' 내의사업…성공비결은 '훈훈한' 동료애"
    그는 “우리가 캐릭터 유아용 내의를 만들기 전에는 이 분야의 전문업체가 없었다”며 “이 부분을 고급화하면서 인체친화적으로 만든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무냐무냐 매장은 전국 200여곳, 첨이첨이 매장은 400여곳에 있다. 이 회사는 특히 디자인을 중시한다. 박 사장은 “연간 5000여가지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중 1500가지를 제품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20여명의 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박 사장은 회사의 도약을 위해 세 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글로벌화다. 지난 10월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하는 한편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톈진 등 7개 백화점과 1개 가두점에 입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롯데백화점에도 매장을 열었다. 미국 애틀랜타에도 대리점을 개설했다. 박 사장은 “20년 전 미국 기업에 로열티를 주며 사업을 해왔는데 이제는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개척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중국 시장이 무척 중요해 앞으로 3년 내 적어도 30개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둘째, 유아용 내의에서 성인용 이너웨어 그리고 아웃웨어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는 일이다. 박 사장은 “유아용 내의만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며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셋째, 토종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다. 박 사장은 “자기 브랜드가 없으면 뿌리 없는 나무처럼 흔들리게 마련”이라며 “우리 브랜드로 국내외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상을 따뜻하게 … 소년소녀가장·다문화가정 도와야죠"

    "불황·추위로 크는 '냉혹한' 내의사업…성공비결은 '훈훈한' 동료애"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오후 2시에 박칠구 사장은 기자와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었다. 박 사장은 이날 오전 “미안하지만 약속시간을 조금만 늦추자”며 양해를 구했다. “소중한 분들과 점심식사를 하는데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그날 대방동 여성회관에서 일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지도선생님들에게 점심으로 회를 대접했다. 박봉에도 사명감으로 봉사하는 선생님들에게 크리스마스를 맞아 점심 한그릇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다문화가정만 보살피는 게 아니다. 소년소녀가장과 홀트복지회도 돕는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우리들이 박 사장님을 믿고 따르는 것은 직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관심을 쏟아주는 것도 이유지만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청담동 본사 현관에는 길이 1m가 넘는 커다란 그림 배너가 설치돼 있었다. ‘사장님 생신 축하해요’라는 문구와 더불어 천안물류센터 직원들이 만들어 보내온 것이다. 거기에는 박 사장 캐리커처와 더불어 직원들의 축하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왜 또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일갈했지만 흐뭇한 표정만은 숨기지 못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檢, 한국평가데이터 압수수색…기업 신용등급 조작 의혹

      검찰이 금품을 받고 기업 신용등급을 올려준 의혹을 받는 신용평가 기관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호)는 이날 신용정보법 위반 혐의로 서울 여의도동 한국평가...

    2. 2

      인천 아파트서 개·고양이 사체 무더기 발견…30대女 입건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개와 고양이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인천 남동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인천 남동구 아파트에서...

    3. 3

      "내 것도 아닌데…" 남의 물건 담보로 10억 대출받은 50대 구속기소

      타인 소유 마스크 제조 기계를 담보로 대출받은 5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2부(홍지예 부장검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A(55)씨를 구속기소 했다.A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