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프로야구 20년 생활을 접고 28일(한국시간) 전격 은퇴한 마쓰이 히데키(38)는 '고질라'라는 애칭으로 큰 인기를 누린 괴력의 강타자다.

엄청난 힘과 천부적인 재능을 앞세워 학창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그에게 일본 팬들은 고릴라와 고래(일본어 구지라)를 합친 상상 속의 괴수로 영화 캐릭터인 '고질라'라는 별명을 자연스럽게 붙였다.

마쓰이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성적은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39·뉴욕 양키스)에게 밀린다.

중심 타자(마쓰이)와 톱타자(이치로)로 역할이 다르다 보니 동일한 잣대로 두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다.

빠른 발을 앞세워 안타를 만들어 내는 능력에서 이치로를 따라잡을 이는 거의 없다.

마쓰이는 아시아 선수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빅리그 타자들과 대등한 파워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일본프로야구의 상징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의 이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한참 큰 체구로 주목을 받은 마쓰이는 이미 중학 시절 비거리 130m짜리 홈런을 날리며 일본 야구계를 흥분시켰다.

고시엔대회(일본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5타석 연속 고의4구로 출루할 정도로 상대팀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원래 한신 타이거스에 가고 싶었으나 당시 요미우리 사령탑으로 복귀한 일본 야구의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현 요미우리 종신 명예감독)의 권유로 1992년 말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듬해 첫 스프링캠프부터 150m짜리 대포를 양산하며 넘치는 파워를 뽐낸 마쓰이는 프로 2년차인 1994년부터 본격적인 홈런쇼를 벌였다.

그해 처음으로 20홈런을 때린 그는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뛴 2002년까지 연평균 홈런 36개, 96타점을 올리며 요미우리의 주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우투 좌타로 바깥쪽 공마저 끌어당겨 펜스를 넘길 만한 힘을 갖춘 그는 구장 규모를 떠나 꾸준히 큼지막한 포물선을 쏘아 올렸다.

일본에서 뛴 10년간 한 시즌 100타점 이상을 5차례, 시즌 40홈런 이상은 3차례 달성했다.

센트럴리그 홈런·타점·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각 세 차례 따낸 마쓰이는 2003년 뉴욕 양키스와 3년간 2천100만 달러(약 225억원)에 계약하고 마침내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했다.

홈런은 16개에 그쳤으나 106타점을 올리고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2004~2005년 2년 연속 100타점 이상을 수확하고 연평균 홈런 27개를 날리고 스타군단 양키스에서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양키스는 2005년 말 마쓰이와 4년간 계약을 연장하고 그에게 5천200만 달러(557억원)라는 거액을 선사했다.

2007~2008년 양쪽 무릎 수술로 고전한 마쓰이는 계약 마지막 해인 2009년 정규리그에서 홈런 28개, 90타점을 올리고 부활했다.

이어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시리즈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인 6타점을 홀로 쓸어담는 등 홈런 3방 포함 타율 0.615(13타수8안타)의 고감도 타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후 양키스를 떠나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오클랜드, 탬파베이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갔으나 허벅지 근육통 등으로 예전 만한 기량을 보이지 못하자 은퇴를 택했다.

마쓰이는 빅리그를 밟은 역대 아시아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 175개를 남겼다.

2004년 개인 최다인 홈런 31발을 날리는 등 다섯 번이나 20홈런 고지를 넘었다.

2006년 손목을 다치기 전까지 일본 시절 포함 1천768경기 연속 출전했을 정도로 정신력도 뛰어나다.

오른손잡이이면서도 왼손으로 젓가락을 사용해 감각을 키우는 등 홈런보다 높은 타율을 위해 열정을 쏟았다.

2006년에는 야구에 전념하기 위해 '야한 동영상을 더는 안 보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마쓰이 히데키·스즈키 이치로 비교(28일 현재, 성적은 타율-홈런-타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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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 히데키(38) │ 선수 │스즈키 이치로(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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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통산 0.304-332-889 │ 일본 성적 │9년 통산 0.353-118-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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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통산 0.283-175-760 │ 미국 성적 │12년 통산 0.322-104-6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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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월드시리즈 MVP │ 비고 │미·일 통산 3천884안타 │
│2003~2004년 올스타 │ │2004년 역대 시즌 최다안타(262개)│
│아시아 선수 통산 최다 홈런│ │10년 연속 타율 3할·200안타 │
│日 홈런·타점·MVP 각 3회 │ │9차례 올스타 │
│ │ │日 타격왕 7회, 최다안타왕 5회, │
│ │ │MVP 3회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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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