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 Low growth 저성장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여파로 저성장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무섭게 질주하던 중국 경제도 8년 만에 처음으로 ‘바오바’(保八·8%대 경제성장)를 포기하고 7.5%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1년 내내 재정위기 홍역을 앓았던 유로존 국가들도 경기침체 탈피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오바마 행정부와 새로 출범하는 일본의 아베 정권 모두 경기 부양을 경제정책 운용의 화두로 삼고 있다.

우리 경제도 6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가면서 저성장의 깊은 터널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월에 내놓은 속보치(0.2%)보다도 0.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1분기 0.9% 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2분기 0.3%, 3분기 0.1%로 분기별로 3분의 1토막씩 줄어드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5% 성장에 그쳐 2009년 3분기(1.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성장률은 당초 한은 전망치(2.4%)에 못 미치는 2.1~2.2%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내외 경제상황도 여의치 않아 이런 저성장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계부채로 소비 여력이 감소해 내수가 쉽사리 살아나기 힘든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정호 기자 dolphin@hankyung.com

A - Ahn cheol-soo 안철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안철수를 매개로 18대 대통령 선거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는 지난 9월 출마선언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위를 차지하며 박근혜 대세론을 견제할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프레임에 끌려 들어가면서 독자 출마의 추동력을 상실, 끝내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B - Bolaven 볼라벤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15호 태풍으로 중심기압이 910헥토파스칼(h㎩)까지 확대되며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반도에 상륙한 뒤 중형급 태풍으로 세력이 약화됐지만 19명의 사망자와 수백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볼라벤에 이어 이틀 만에 태풍 덴빈이 덥쳐 피해는 더 커졌다. 잇따른 태풍으로 과일, 채소값이 폭등하는 등 경제적 파장도 컸다.

C - Corruption 권력·측근비리

이명박 정부도 측근 비리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사법 처리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을 받았다.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7억575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D - Debt 가계부채

1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총액은 937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인 저신용·다중채무자들은 23만명, 경매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다 상환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 대출자는 1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 - Election 4·11 총선, 대선

올해는 선거의 해였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같은 해 치러졌다.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과반득표 대통령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4월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152석을 획득하며 과반 의석을 얻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각각 127석과 13석을 가져갔다. 자유선진당은 5석, 무소속은 3석이었다.

F - Fiscal cliff 재정절벽

미국의 채무는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른다. 미국은 당장 과도한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적자를 줄이려면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재정절벽) 해소 방안 마련이 급선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부자 증세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반발하고 있어 연내 해결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G - Greece 그리스 위기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다른 국가들로 퍼졌다. 연초부터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9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1~2단계 낮췄다. 그리스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까지 나왔다. 그리스 연립정부가 긴축예산안을 수립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H - Healing 힐링 열풍

불경기와 취업난 등으로 사람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치유를 뜻하는 ‘힐링 열풍’이 불었다. 서점가에서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등 자기 반성과 치유를 위한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TV프로그램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화두가 됐다. 내년에도 경기 불황에 따른 힐링 열풍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I - Island 독도·센카쿠 분쟁

동아시아의 영토분쟁이 격화됐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결렬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센카쿠를 실효 지배하는 일본과 그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충돌은 일본 도쿄도가 센카쿠열도 매입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8월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선언, 한·일 관계 역시 급속히 냉각됐다.

J - Job 청년실업

청년실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25~29세 실업률은 6.5%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17만6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30대 취업자 수는 감소한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23만3000명, 21만4000명 증가했다.

K - Kim Jong Un 김정은 권력승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1년 동안 당·군·정 기반을 구축하며 권력 승계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유훈을 등에 업고 권력을 모두 거머쥔 김정은은 아버지 시대 군부 최고 실세들을 숙청하고 민간인 출신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에 임명하는가 하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격식 인민군 대장을 인민무력부장 자리에 앉혀 군부를 장악했다.

M - Mutual growth 동반성장·경제민주화

불경기에 양극화가 심화되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반성장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는 제조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성과공유제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져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N - Nuclear Power 불안한 원전

올 한 해 고리 1호기 전력공급 중단사고 등 전국 23개 원자력 발전소에서 고장 정지와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지난달에는 가짜 시험성적서를 첨부한 부품이 주요 원전에 장착된 것으로 적발돼 영광 5·6호기가 부품 교체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 대형 원전의 가동 정지로 전력수급의 공백이 생기면서 올 겨울 블랙아웃(전국 동시정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O - Barack Obama 오바마 연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상 첫 연임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은 상원을, 공화당은 하원을 장악했다. 기존 의회 구도가 그대로 유지됐다. 선거 막판 롬니 후보의 강력한 추격에 지지율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유색 인종과 히스패닉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P - PSY 싸이열풍

‘B급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강타했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부문에서 7주 연속(9월27일~11월8일) 2위 기록을 세웠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300여개국 아이튠즈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뮤직비디오는 사상 최초로 ‘10억 뷰’를 달성했다. 세계적인 가수 마돈나, MC해머 등과 공동 공연을 펼치며 국제가수 반열에 올랐다.

Q - Quantitative easing 글로벌 양적완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경제 부흥을 위해 모두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양적완화(QE)는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비정상적 통화정책의 하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일자리 및 투자 확대를 이유로 들며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R - Rocket 북한 로켓 발사

북한이 12월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발사장에서 ‘광명성3호’ 2호기를 실은 장거리 3단 로켓 ‘은하3호’를 기습 발사했다. 북한은 로켓 발사 직후 광명성 3호가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했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등도 이 물체의 궤도 진입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나로호는 고체연료엔진 이상 등으로 올해 또 한번 발사가 좌절됐다.

S - Smart phone 삼성·애플 특허戰

세계 스마트 시장을 놓고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글로벌 소송전을 벌였다. 작년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연방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시작된 특허 전쟁은 세계 10여국 30여건의 전방위 소송전으로 번졌다. 양사는 각국 법정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어 당분간 법정 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T - 1 Trillion dollar 세계 무역 8강

우리나라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무역 규모(수출+수입) 1조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올렸다. 무역 규모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8강에 올라섰다. 수출 1위 품목에 오른 석유제품이 기존 주력 품목인 선박의 부진을 메웠다. 인구 6억명의 아세안(ASEAN) 시장도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대체하는 전략시장으로 떠오르며 한국 수출호를 떠받쳤다.

U - Unman 성범죄자 거세

올 한 해 엽기적이고 잔인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4월 경기도 수원에서 중국인 오원춘이 길 가던 20대 여성을 납치,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낸 사건이 발생했다. 8월 말에는 전남 나주에서 여자 초등학생이 이웃집 남성에게 성폭행당했다. 성범죄 우범자의 화학적 거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unman’은 ‘거세하다’라는 뜻의 영어 동사.

V - Venice 베니스의 선택

9월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또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W - Welfare 복지 논쟁

지난해 무상급식 논란에서 불거진 복지논쟁이 올해 대선과 맞물려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으로 확대됐다. 대선 후보자들이 내세운 복지정책의 재원 마련 문제가 불거지며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받았다. 또 정부가 매년 새로운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복잡한 선정 기준과 계산 방식 때문에 정책 수혜자인 국민이 혼란을 겪고 있어 복지제도의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X - Xi Jin Ping 시진핑 체제

11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최고권력자인 공산당 총서기에 올랐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4세대 지도부가 물러나고 시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 시대가 개막됐다. 혁명 1세대인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의 아들로 중앙보다는 지방에서 주로 경력을 쌓으며 13억 인구의 리더 자리에 올랐다.

Y - Yen 엔화 약세

일본 자유민주당의 총선거(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엔화 가치 하락에 탄력이 붙었다. ‘무제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아베노믹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엔화 가치는 최근 한 달 새 5% 이상 떨어졌다. 그동안 ‘원저(低)-엔고(高)’로 해외시장에서 누려왔던 반사이익이 사라지면서 한국 기업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높다.

Z - Zero interest rate 제로금리 시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초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글로벌 제로금리 시대’가 열렸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2일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지 않는 한 실업률이 6.5%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연 0~0.25%)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최근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이정호/조미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