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만 HSBC 이코노미스트(사진)는 한국 경제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8%로 본다. 그는 “시장의 예상 평균치는 약 3.3%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등이 증가해 경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었다. 내년 중국 성장률을 8.6%로 전망했다. 시장의 평균 예상치 8.1%보다 높다. “수출 증가가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추진되는 것도 그가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는 이유다.

○중국·미국에 수출 증가…성장 견인

그가 아시아 경제에 대해 다른 금융회사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갖는 것에 대해 “중국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가계·기업 등 내수성장과 수출 등 외부성장을 별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한 쪽의 성장이 다른 쪽의 성장을 견인하는 관계”라고 그는 설명했다.

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수출규모가 2015년까지 현재보다 30%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담은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넘어서(Beyond a trillion)’라는 보고서를 올해 초 발간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 증가를 이끄는 요인으로 중국의 경제성장 외에도 미국의 경기 회복을 꼽았다. “미국 재정절벽 협상은 최종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재정절벽으로 인한 영향도 지금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 언급되는 것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그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겠지만,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결국 한국 자동차 등의 수출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와 수출 증가 추이를 비교해 보면 수출이 내수 소비를 주도한다는 우리의 전망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 투자증가…내수도 좋아진다

만 이코노미스트는 또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FTA들이 수출을 늘리는 데 큰 몫을 하리라고 봤다. 그는 “내년에는 한·중 FTA와 한·중·일 FTA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한·미 FTA나 한·EU FTA 협상에 2년 정도 소요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중 FTA는 2014년 중반에는 마무리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장 내년에 무역장벽이 없어지진 않지만 앞으로 5년가량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머징 마켓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만 늘려 ‘낙수효과’가 나지 않고, 이 때문에 내수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만 이코노미스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경기 호전을 자신하지 못해 지금 당장 투자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중국 수출 주도로 경제 회복이 시작돼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도 증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 한국 기업들의 재고 수준은 상당히 낮기 때문에 결국 민간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증가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 환율 변동폭 작을 것”

환율 전망과 관련, 만 이코노미스트는 “올 연말 환율은 달러당 1050원 정도겠고 내년에는 변동성 폭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에는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였으나 한국 정부가 강세 쪽으로의 변동도 전보다 더 허용하는 것 같다”며 “원화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경제 전망엔 자신이 있지만 투자를 조언하기엔 적절한 위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올해는 채권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금리를 인하한 나라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내년에도 비슷한 수익을 낼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고만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