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앨버타주에서 뉴멕시코주까지 남북으로 4800㎞에 걸쳐 뻗어 있는 북미 대륙의 로키산맥. 전체 길이 중 3000㎞는 미국 땅, 1800㎞는 캐나다 땅이다. 길이는 미국보다 짧지만 인기는 캐나다 로키가 더하다.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연간 방문객이 330만명인 데 비해 앨버타주의 로키산맥 관광객은 연간 1100만명에 달한다. 해발 3500m 이상의 산이 700여개나 되고 숲과 호수, 강, 평원, 빙하 등이 어우려져 천혜의 절경을 선사하는 탓이다.

비경에는 계절이 따로 없다. 봄부터 가을까지 천연색의 비경을 자랑하던 로키가 흰옷으로 갈아입은 겨울의 설경은 또 다른 비경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눈꽃 트레킹과 개썰매, 드넓은 호수에서 즐기는 스케이팅 등의 겨울 레포츠를 푸짐하게 안겨준다. 로키의 비경을 찾아 캐나다로 떠났다.

○설산으로 떠나는 트레킹

긴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앨버타주 남쪽의 캘거리. 눈이 내려 도시는 물론 온 세상이 하얗다. 여기서 서쪽으로 1시간 반을 달리자 장수마을, 요양도시로 유명한 캔모어를 지나 밴프 국립공원에 닿는다. 밴프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앨버타주에서는 재스퍼 국립공원과 함께 로키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이다. 히말라야를 연상케 하는 고봉준령들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우뚝 서 있다.

지은 지 100년도 넘었지만 그래서 더 유명한 페어몬드 밴프 스프링스호텔에 여장을 풀고 먼저 찾아간 곳은 밴프 곤돌라. 창이 넓은 곤돌라를 타고 아래를 조망하며 8분 만에 해발 2285m의 설퍼산 정상 전망대에 이르자 밴프 시가지와 밴프 스프링스호텔, 보폭포, 보강, 미네완카호수 등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1㎞쯤 떨어진 센슨봉우리는 1931년까지 기상학자 센슨이 기상관측을 위해 1000번이나 올랐다는 곳인데, 전망대에서 걸어갈 수 있다.

밴프 곤돌라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야생 사슴이다. 길 한편에 나타난 사슴에게 관광객 한 명이 손을 내밀자 사슴은 겁 없이 대뜸 다가선다. 관광객이 머리를 만져주자 사슴은 기분 좋다는 듯 한참이나 그대로 서 있다. 하지만 이 행동은 불법이다. 캐나다의 국립공원에선 동물이 사람보다 먼저다. 해질 무렵 사슴이 대로를 활보하면 차가 막혀도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먹이를 주거나 위협하는 등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도 엄격히 금지돼 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본격적인 겨울 로키체험에 나섰다. 행선지는 밴프에서 30분 거리의 존스턴 캐논. 봄부터 가을까지 다채로운 풍광의 하이킹 코스로 각광받는 곳이지만 겨울엔 설경 일색이다. 협곡 입구의 출발점부터 6㎞가량 떨어진 트레킹 코스의 목적지는 잉크팟.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로키는 절경을 연출한다. 탐방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다양한 모습으로 어우러진 계곡과 숲, 눈 쌓인 풍경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소나무, 전나무, 사시나무 등은 눈을 잔뜩 인 채 산을 지키고 있다. 아래 폭포를 지나 위쪽의 상부 폭포에 이르자 빙벽과 고드름 행렬이 장대하다. 로키의 눈은 습기가 적은 파우더 스노(powder snow)여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도 산길을 걷기가 어렵지 않다.

밴프에서 많이 찾는 또 다른 트레킹 코스는 55㎞쯤 떨어진 레이크 루이스(루이스 호수) 코스. 레이크 루이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빅토리아 빙하를 배경으로 삼고 산봉우리를 두르고 있어 밴프 국립공원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호수와 빅토리아빙하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세워놓은 샤토 레이크 루이스(루이스 호수)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2.8㎞를 걸어오르니 레이크 아그네스가 나온다.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노라니 금세 숨이 턱에 찬다. 하지만 애써 걸어오른 트레킹 코스의 끝에 있는 레이크 아그네스 찻집은 겨울이라 문을 닫았고 호수도 얼어붙어 눈밭으로 변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하산하니 레이크 루이스는 알록달록한 옷을 차려입은 아이와 어른들의 놀이터가 됐다. 공원 측에서 얼어붙은 호수를 아이스링크로 만들어 놓은 덕분에 사람들이 설산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를 타거나 노르딕워킹을 하며 겨울 레포츠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마차를 타고 호수 주변 산책길을 한 바퀴 돌기도 한다. 캐나다가 동계 스포츠 종목의 강국인 이유를 알 만하다.

○신나는 개썰매 레이싱

‘컹컹, 컹컹….’ 예약한 대로 아침 일찍 레이크 루이스 아래에 있는 개썰매 체험장에 도착하자 영하 21도의 강추위에도 썰매를 끌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개썰매를 끌 개들은 시베리안 허스키를 그레이하운드와 교잡시킨 알래스칸 허스키. 시베리안 허스키에 비하면 털이 짧아 빈약해 보이지만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700㎞를 달릴 만큼 지구력이 좋다고 한다.

2인승 개썰매는 6~7마리의 허스키가 끈다. 썰매마다 전문 안내원이 한 명씩 붙어서 레이스를 이끈다. 오늘 달릴 구간은 출발점부터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앨버타주의 경계인 ‘콘티넨털 디바이드’까지 달려갔다가 돌아오는 코스. 빨리 가자고 짖어대던 개들이 주인의 신호에 따라 달리기 시작하자 썰매는 잘 다져진 눈길을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썰매에 눕듯이 기대어 바라보는 세상이 온통 하얗다. 땅도, 나무도 하얗고, 하늘도 구름 때문에 희뿌옇다. 처음엔 신기하고 신났지만 16㎞ 구간을 달리자니 금세 손이 시리고 볼이 얼어 터질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썰매가 숲길로 접어들더니 한바탕 질주 쇼를 연출한다. 사람이야 신이 나지만 개들의 고생은 그야말로 ‘개고생’이다.

밴프에 개썰매 체험상품이 등장한 것은 1982년부터였다. 8년간 길을 탐사한 후에 샤토 레이크 루이스호텔에서 개썰매를 선보였을 땐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밴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개 주인은 50마리의 개를 훈련시켜 팀당 하루 네 차례 달리기를 시키는데 과정이 엄격하다고 한다. 조련사 겸 전문 안내원들은 자기 팀의 개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애정을 표시한다.

◆오후에 즐기는 미식체험

점심 무렵 샤토 레이크 루이스호텔의 1층 식당에 가면 특별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영국 왕실 사람들이 오후에 차와 음식을 느긋하게 즐겼다는 ‘애프터눈티’이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에선 풍경이 압권이다. 커다란 창 너머로 레이크 루이스와 빅토리아빙하, 그 옆의 설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전망 좋은 레스토랑의 창가에 앉아 애프터눈티를 주문하자 먼저 파인애플, 수박, 멜론, 딸기 등을 섞은 과일 칵테일이 나온다. 이어서 북미산 허브차와 녹차, 건강차 등 21종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차와 함께 손가락으로 집어먹기에 딱 좋은 크기의 핑거샌드위치와 버터밀크빵, 수제 페이스트리 등을 3단으로 세팅한 메인 요리가 나왔다. ‘애프터눈티’라기에 뭐 먹을 게 있겠나 싶었으나 막상 나온 음식들을 보니 양이 적지 않다.

밴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앨버타주의 명물 앨버타 스테이크. 앨버타주에서는 모든 목장에서 소를 방목하기 때문에 친자연적인 소고기와 수준 높은 육질을 자랑한다. 직화구이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열을 가해서 천천히 익힌 스테이크는 송아지 고기처럼 부드럽다. 밴프 타운에는 스테이크 체인점인 케그(The Keg)를 비롯해 스테이크와 치즈퐁듀 전문점 그리즐리 하우스, 수제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가게가 다양하게 있어 식도락 여행에도 제격이다.

■ 여행 팁

캐나다의 겨울 로키는 스키, 스케이트, 설피 같은 것을 신고 눈길을 걷는 스노슈잉, 눈꽃트레킹, 개썰매 등 겨울 레포츠의 천국이다. 하나투어(02-2127-1202), 모두투어(02-728-8616), 인터파크 (02-3479-4221), 세계로여행사(02-2179-2518), 파로스트래블(02-737-3773) 등이 로키에서 다양한 겨울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겨울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으므로 단단히 챙겨 입어야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체험 활동 후에는 온천으로 피로를 풀면 좋다. 여행사 상품에서는 옵션으로 추가해야 즐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곤돌라 40달러, 온천욕 20달러, 헬기투어는 15분에 80달러, 개썰매는 90분에 200달러 선.

밴프 타운이나 캘거리 외곽의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아웃도어 용품이나 옷을 정가의 절반 또는 그 이하로 파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화폐의 기본단위는 캐나다달러이며 환율은 미국달러와 비슷하다. 전기는 100V, 11자형 플러그를 사용하므로 멀티탭을 준비해야 불편하지 않다.

캘거리=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