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돌궐족 후예인 터키는 돌궐 동맹국이었던 고구려 후손인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할 정도로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터키에서 한류 열풍은 뜨겁다. 2개의 터키 TV방송이 동시에 방영 중인 한국 사극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싸이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건수도 전 세계 국가별로 따지면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다.

터키는 ‘포스트 브릭스(BRICs)’ 등 최근 유망한 신흥시장을 지칭할 때 거의 빠짐없이 포함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인구 7500만여명의 내수시장, 국민들의 높은 소비성향, 젊은 인구층,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상황,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 등의 이유로 미국 일본 EU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지난달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터키는 한국의 아홉 번째 FTA 체결 국가가 되었다. 양국 간의 경제교류 및 협력이 새 국면을 맞은 것이다. 1991년 4억달러이던 한국의 터키 수출은 2011년 63억달러로 크게 늘어난 반면 터키의 한국 수출은 같은 기간 3억달러에서 5억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큰 규모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지속되는 것은 양국 간 경제협력에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이 불균형은 단기에 해소하긴 쉽지 않겠지만 양국 간 투자 및 서비스협정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과 터키 정부는 상품교역의 증진을 위해 거래비용을 절감시켜주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FTA 상품교역의 증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 및 확대를 위해 상설 상품전시회 설립 및 운영, 상호간 구매사절단 파견 확대, 인터넷을 통한 직접 상거래 등이 가능하도록 기반 조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터키와 한국은 모두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양국 간에 공동으로 기금을 설립하고 이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에너지 부문에 있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 이런 산업부문에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도 있다. 또 터키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유대관계,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등을 결합해 중앙아시아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터키 시장의 진출과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양국 간 정서적 친밀감이 미래지향적이며 상호 이익이 되는 전략적 동반자로서 발전하는 데 좋은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할 시점이다.

박해선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