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자 심포지엄] 성장 근간으로 나눔 실천…'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에 도움될 것
“경주 최부자 정신은 한국적 경영학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근간으로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주 최부자 400년 신화 21세기 시대정신으로 부활하다’를 주제로 지난 21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경주 최부자 학술심포지엄’에서 최부자 재조명에 나선 전문가들은 경주 최부자 정신의 무한 발전 가능성에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경주시와 (사)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이사장 조동걸)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국내 석학들과 학계, 재계, 시민단체, 후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경주시 자매도시인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의 슈샹민 양저우신문 편집국장과 교수 등 6명도 참석, 최부자 가문의 경영철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최부자 정신은 한국적 경영학의 뿌리

배도순 전 위덕대 총장은 “세계 자본주의를 주도해온 미국과 유럽이 불과 200여년 만에 금융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현실에서 400년 12대에 걸쳐 부를 이어온 최부자의 경영철학은 서구 경영학을 뛰어넘는 한국적 경영학의 기본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부자 정신에 대한 경영학적 접근을 통해 40년 압축 성장한 한국의 부를 지속 유지하는 길을 제시하고 세계적인 경영학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구복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이를 위해 최씨 가문은 물론 종부들이 부를 축적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제시했다.

임배근 동국대 교수는 “최부자 가문의 내면에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통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며 “성장을 더욱 견고히 하면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새 정부 정책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해석했다.

박병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21세기 시대정신 경주 최부자에게 찾는다’는 기조강연에서 “최부자 정신은 끊임없는 이윤 추구와 함께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사회 통합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자본주의 철학, 바로 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최부자 400년 부의 비밀은 ‘육훈(六訓)’

경주 최부자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세션1 발표에서 최해진 동의대 교수는 ‘경주 명문가의 탄생과 400년의 신화’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부자 집안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훈인 육훈 실천을 통해 후손들에게 철저한 검약정신과 겸손의 자세, 절제의 정신을 교육한 것과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수신의 자세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개간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시대 상황을 잘 읽어나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부자는 시대를 앞선 창의적 경영을 했으며 그 재산을 시대 상황에 맞춰 개인적 치부에만 이용하지 않고 나라와 사회를 위해 적절하게 잘 사용한 덕택에 장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경주 최부자의 책임의식과 실천윤리의 사상적 기반’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최부자 가문이 부와 명예를 함께 지킬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인격 수양을 바탕으로 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며 “모은 재물을 바르게 쓸 줄 아는 점도 영혼이 있는 부자, 덕이 있는 부자로 평가받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최부자의 철학은 유가의 ‘인’ 사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 바탕을 뒀으며 최씨 집안 선조 최치원의 가르침과 신라정신에서 받은 영향도 적지 않았다”며 “최부자에 대한 사료 수집과 연구를 확대해 착하고 존경받는 부자상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양극화 문제 해법, 최부자가 답

세션2 발표에 나선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 회장(서울여대 교수)은 ‘경주 최부자 가문의 사회만족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인류의 현존하는 기록 역사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사회 만족의 대표적 가문이 바로 경주 최부잣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장수 가문으로 인정받는 독일의 머크 가문과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도 부의 규모를 스스로 제어하는 사회적 행위를 하지 못했다”며 “최부잣집은 백리 안에 굶는 자가 없도록 하는 등 가문의 목적을 부의 확산이 아닌 사회 만족에 둠으로써 대대손손 칭송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션 주제발표에 앞서 축사와 특별강연을 한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도 “서양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사용하기 이전에 이미 경주 최부자 가문은 이를 실천했다”며 최부자 정신이 한국 경제의 미래와 동반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경주=하인식/김태현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