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국무장관에 존 케리 상원의원(69·사진 오른쪽)을 지명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외교가의 거물’로 통하는 케리 의원은 과거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등 유연한 외교 철학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케리 의원의 국무장관 지명을 발표하면서 “그는 오랜 세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존경과 확신을 심어줬다”며 “앞으로 미국 외교를 이끌 완벽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가 ‘전쟁의 10년(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접고 미국의 국익을 지켜나가면서 국제사회의 외교적 협력과 발전을 도모할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해군 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케리 지명자는 1971년 “베트남전쟁은 미국의 실수”라며 반전운동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1984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지금까지 27년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이란 콘트라 청문회 주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외교 경력과 화려한 인맥, 외교적 식견을 두루 갖춰 국무장관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했다. 당시 ‘시골 정치인’이었던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케리 후보를 지지하는 기조연설을 했던 인연이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케리 지명자의 당면 과제는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문제, 시리아 내전 등이라고 진단했다. 케리 지명자는 2004년 대선 출마 당시 북핵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은 물론 북·미 양자회담 등 다양한 형태의 협상 틀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이미 고립된 북한을 더 고립시킬 뿐”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내년 초 퇴임하면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앤드루 샤피로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 등 ‘힐러리 사단’은 대부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을 실무적으로 관장할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는 올초 동아시아 부차관보에서 상원 외교위로 자리를 옮긴 마이클 시퍼와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