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지도로 자연을 읽는다"…생각하며 달리는 산악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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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체험 - 오리엔티어링
나침반을 지도 위에 올려놓고 방향을 맞췄다. 200여m 앞쪽에 다음 목적지가 기다리고 있다. 빠른 걸음으로 낙엽 깔린 언덕을 내려왔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덤불의 북쪽을 찾아보니 컨트롤마커(전자 포스트)가 숨어 있다. 전자카드를 찍으니 센서가 반짝거린다. 제대로 찾아왔다.
○지도를 통해 자연을 읽는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에 표시된 수십여개의 지점을 나침반을 활용해 순서대로 가능한 한 빨리 찾는 스포츠. 스웨덴에서 시작됐다. 북유럽에서는 대회에 2만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 있는 종목이다. 한국에도 1980년대 도입돼 3만명가량이 즐기고 있다.
지도와 나침반만 갖고 방향을 잡은 뒤 자신의 체력과 스타일에 맞춰 길을 선택해야 빨리 들어올 수 있다. 뛰거나 걸으면서 코스를 정하고 고민해야 한다. 마라톤처럼 코스를 다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을 1초 단위로 재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개인전뿐만 아니라 가족팀(3~5명)끼리 경쟁도 있어 팀워크를 키우는 데 제격이다. 경기장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낮은 산과 언덕을 활용해 코스를 만들면 된다. 걸어서 길을 찾으면 풋오리엔티어링, 자전거를 타고 찾으면 MTB오리엔티어링, 눈 덮인 지형에서 스키를 타고 가면 스키오리엔티어링으로 구분한다.
성남시 분당의 율동공원에서 열린 경기도오리엔티어링연맹배 전국풋오리엔티어링대회에 참가해 ‘생각하면서 달리는’ 이색 체험을 해봤다.
쌀쌀한 날씨에도 수백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코스가 적힌 축적 7500분의 1 정밀 지도를 출발선에서 받았다. 지도 위에는 17개 지점과 지형이 다양한 기호로 표시돼 있다. 총거리 3.8㎞에 표고차 160m. 호수를 끼고 있는 율동공원의 낮은 산악 지형 곳곳을 돌아오는 코스로 풍광이 아름다웠다. 학생들이 단체로 실력을 겨루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엄마 손을 잡고 뛰어가는 딸도 보였다.
이날 1일강사는 대한오리엔티어링연맹 회장인 이재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 의원은 “길을 찾아가려면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위치를 엄지손가락 끝으로 지도 위에 표시했다. 나침반의 북쪽과 지도의 북쪽을 일치시키고 300여m 앞을 바라보니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계곡을 따라 10여분을 걸어올라갔다. 주황색 포스트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 전자카드를 대니 제대로 찾아왔다는 듯 센서가 깜빡인다. 이렇게 전체 지점을 돌 때마다 시간이 정확하게 측정돼 주최 측의 컴퓨터로 전송된다.
○팀워크 향상에 도움
이 의원은 “저렴한 비용으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친환경 스포츠인데 운동량도 많다”며 “회사에서도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오리엔티어링대회를 열면 수직적인 틀과 수평적인 틀을 깰 수 있어 팀워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엘리트 코스를 30분에 주파한 아일랜드인 영어강사 리스 폴리는 “열 살 무렵부터 부모형제들과 오리엔티어링을 즐겼다. 달리면서 생각을 해야 하니까 지루할 틈이 없다. 중독성이 높아 여자 친구와 휴가 때 대회를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박오헌 포레스트 오리엔티어링클럽 회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머리 쓰는 운동을 안 하려고 하는데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좋은 종목”이라며 “자연 속에서 계절 변화를 몸으로 느끼면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엔티어링을 배우려면 전국의 각 지방 연맹에 연락해 초보자교실을 수강하면 된다. 기본기를 익혔으면 지역별 클럽에 가입해 동호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