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법적으로 미혼이다. 두 번 이혼 경력이 있는 발레리 트리르바일레와 2006년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시민연대협약(PACS)’에 의한 파트너 관계다. 사회복지와 세금, 자녀교육 등에서는 결혼과 같은 혜택을 받지만 서로 합의하면 ‘신고’만으로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 프랑스에선 동거가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혼외출산 비중도 50%를 훌쩍 넘었다.

우리도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장년층 이상에게 동거는 ‘일탈과 방탕’인지 모르지만 젊은이들 생각은 다르다.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주인공은 “사실 결혼이라는 게 별거니? 이혼은 또 대수고?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인데, 정작 인간들은 그 속에서 몸을 한껏 웅크리고 꼼짝달싹 못하는 모양새가 너무 우스워”라고 내뱉는다. 동거에 대한 생각도 단순하다. ‘서로에 대한 감정적 기대 지평을 극도로 좁히고, 상대방에게 온 마음을 던지지 않으며, 피차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그런 관계…. 서로에게 거창한 기대도 바람도 환상도 환멸도 없는 사이’다.

이런 생각은 통계청 ‘2012년 사회조사’에도 반영돼 있다. 13세 이상 3만7000명에게 물었더니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살 수 있다’는 대답이 45.9%에 달했다. 20대와 30대에선 61%를 넘는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도 22.4%나 됐다. 이혼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2008년만해도 58.6%였던 이혼 반대 비중이 48.7%까지 떨어졌다. 결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풍조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거가 결혼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다. 동거 커플은 정식 결혼한 부부보다 살림 형편이나 건강이 좋지 않고, 정서도 불안정해 외도가 많다는 영국 사회조사연구소의 발표만 봐도 그렇다. 첫 동거의 평균 지속기간이 2년에 불과하고 나중에 결혼으로 이어지는 60% 가운데 35%는 10년 안에 헤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판수이밍 중국 런민대 교수의 조사에서도 혼전동거 여대생의 62.4%가 ‘후회한다’고 답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자크 아탈리는 사람마다 가정을 몇 개씩 동시에 꾸려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모가 여러 가정에 소속되고 아이들 역시 여러 부모를 가진다는 얘기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는 누구나 두어 차례씩 결혼이나 동거를 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그렇다면 선택의 폭은 넓어질지 몰라도 사는 건 더 복잡해질 게다. 한 번 한 결혼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두세 번씩 반복하다 보면 진이 다 빠질 게 아닌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