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신임 서울시교육감(65·사진)은 20일 서울 신문로 교육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통과 협력으로 서울교육의 화합을 이뤄내겠다. 교육 현장에서 경청과 공감을 통해 서울교육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학교 시설 개·보수 예산 확보 등 핵심 공약과 당면 과제들에 곧바로 착수하겠다”고 천명했다. 선거 과정에서 문 교육감이 수차례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민주통합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시의회가 문 교육감의 정책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서 향후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문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 회복 △교사의 자신감 고취 △부모가 안심하는 학교 △교육 소외자 배려 △서울 학습공동체 창조 등 다섯 가지 핵심 공약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성적지상주의와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학창 시절에 자신의 삶과 직업, 진로를 발견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제시했다.

취임식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들의 시행 과정과 절차 등을 설명했다. 핵심 공약인 ‘중1 시험 폐지’는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문 교육감은 “1년6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모든 학교에 적용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내년 3월부터 시범 학교를 지정해 시행하고 최대한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는 전면 개정이나 폐기보다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찾아 관련 조항을 수정하거나 운영상 합의점을 찾는 방향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학생이 마음대로 MP3를 듣거나 스마트폰을 쓰고 학생이 담배를 피우다 걸려도 압수할 수 없는 상황이 교사의 사기를 바닥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런 부정적인 부분들을 완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교육감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나 예산안의 의결권을 쥐고 있는 시의회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정책 수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홍이 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인권조례는 시의회 의결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수정하겠다고 하는 문 교육감의 발언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곽노현 전 교육감과 시, 시의회가 합의한 사항을 바꿀 수 없다”고 버티고 나섰다.

김선갑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내년 교육청 예산이 이미 제출돼 있는 상황이어서 문 교육감이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교육감과 상관없이 시의회는 독자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원·시민단체들과의 조율도 중요한 과제다. 전교조는 “학생인권조례를 재검토하는 것은 시의회이며 교육감은 조례를 집행해야 하는 위치”라며 “인권조례가 어떤 이유로든 후퇴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문 교육감에게 우호적인 편인 한국교총도 “중1 시험 폐지는 학력 저하, 과외 시장 확대 등 문제가 있어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강현우/강경민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