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이요? 45년간 유리 제조만 했습니다. 다른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황도환 삼광유리 사장)

논산에서 서울로, 다시 베이징에 이어 광저우로. 이틀이 멀다하고 지역을 옮겨 다니며 현장을 챙기는 체력의 소유자다웠다. 체구는 작지만 답변은 단호하고 힘이 있었다.

한 달에 두세 차례 5일 일정으로 지방 및 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바쁜 황도환 사장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새해를 앞두고 국내 공장과 해외 사무소를 오가며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바쁜 일정을 서너 차례 조율한 끝에 20일 서초동 본사 18층 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연말인데도 출장이 많습니다.

“지난주 내내 중국에서 지냈습니다. 광저우와 베이징을 돌며 미팅을 계속했습니다. 잠깐 한눈 팔기는 쉽지만, 그럼으로써 그동안 쌓은 탑이 무너지는 건 찰나입니다. 최고경영자(CEO)가 현장을 중요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현장에 갈 때마다 느낍니다. 직접 부딪치는 것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는 말이 진리라는 걸요.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라도 현장을 챙겨야 합니다. 출장 가서 매장이나 전시회를 둘러보는 게 운동이라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안 해도 튼튼합니다.”(웃음)

▷요즘 중국 출장이 잦은데, 이유가 있습니까.

“미국 중국 유럽 다 자주 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중국에 갈 일이 많아졌어요. 최근 중국 1위 쇼핑몰인 타오바오몰이 잘나가는 해외 기업 25개사를 초청해 누가 얼마나 많이 파는지 경쟁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프랑스 아크인터내셔널, 미국 리베이 등 굴지의 기업들이 한자리에서 경합했죠. 여기서 삼광유리가 하루 만에 16억원어치를 팔아 100년 역사의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유리밀폐용기 1위(수량 기준)를 차지했습니다. 저도 새삼 놀랐죠. 덕분에 중국 2위 보험업체인 핑안보험이 제품을 쓰고 싶다고 연락해 와 한국에 돌아온 지 3일 만에 다시 중국으로 날아갔습니다.”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밖에 나가보면 경기가 안 좋은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경제성장률이 얼마로 나타났다는 식의 뉴스는 나오는데, 실제 체감 경기는 더 안 좋습니다.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는 느낌이고, 그러다보니 소비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삼광유리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올해 경영계획 달성도 순항하고 있고, 곳곳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토대로 볼 때 내년 전망도 밝습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는 경기가 안 좋아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유리밀폐용기가 플라스틱과 달리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주문이 계속 밀려들고 있습니다. 올해 공장을 증설한 이유죠. 특히 중국에서 우리 회사 브랜드인 ‘글라스락’ 매출은 최근 2년간 100%씩 늘어났습니다.”

▷삼광유리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설립 이래 45년 동안 유리 제조 한우물만 파왔습니다. 유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후발주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비교가 안 됩니다. 제품은 흉내내도 장인정신은 모방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혁신적인 설비와 기술력도 있지만 발 빠른 대응력도 경쟁사들에 앞선다고 자부합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00여 종의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연구소에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철저히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정책도 차별화된 전략입니다. 100% 논산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합니다. 1주일 동안 수십 대의 트럭들이 드나들면서 논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논산 경기가 이렇게 활성화된 적이 없었다. 삼광유리가 논산의 자랑거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올해 밀폐용기 내수는 썩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영향은 없습니까.

“영향을 좀 받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수출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글라스락은 전 세계 83개국으로 수출합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로도 수출합니다. 작년 무역의 날에 5000만불탑에 이어 올해에는 7000만불 수출탑을 받았습니다.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 걱정했는데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건 친환경 트렌드에 잘 올라탄 덕분입니다.”

▷어떤 회사를 지향합니까.

“글라스락의 국내 유리용기 시장 점유율은 75%로 압도적입니다. 세계적으로도 20%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45년이 긴 시간이지만 100여년 역사의 글로벌 경쟁자들에 비하면 아직 일천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글라스락의 품질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타오바오몰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를 한 저력이 방증하죠. 삼광유리는 글로벌 유리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넘버 원 유리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다음은 셰프토프(쿡웨어)와 아우트로(아웃도어), 얌얌(유아) 등 신규 브랜드를 모두 글라스락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키워 명실상부한 초일류 종합주방용품회사로 발돋움할 겁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