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채를 사모은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그리스 신용등급 상향 소식에 크게 웃었다. 미국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최근 3~6개월 사이에 5억달러(약 5367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그렉시트(Greek+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반대로 베팅한 것이 먹혔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서드포인트는 그리스 위기가 심화되던 지난 6~9월 그리스 국채를 집중 매입했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단일 헤지펀드로는 가장 많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해당 국채는 디폴트(지급불능)에 처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서드포인트의 모험은 성공했다.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리스 정부와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100억유로어치 그리스 국채를 조기에 재매입하는 데 지난달 합의한 것이다. 재매입가는 액면가 1유로당 34센트로 서드포인트가 사들인 가격(17센트)의 두 배에 달했다.

서드포인트 측은 “이번에 재매입된 분량 외에도 상당한 양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리스 국채에서만 40% 이상의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리스 국채 투자의 성공으로 자산 규모 100억달러인 서드포인트는 올해 20%의 수익률을 올렸다. 헤지펀드업계 평균 수익률이 4.9%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