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창하던 미국 총기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 제조사들이 투자자들과 유통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보유 중인 프리덤그룹 지분을 즉각 매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프리덤그룹은 이번 사건의 범인 애덤 랜자가 범행에 사용한 부시마스터 소총을 제조한 회사다. 이 사모펀드에 투자한 캘리포니아교사퇴직연금은 앞서 서버러스가 프리덤그룹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경우 5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금 회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압력을 넣었다.

스티븐 파인버그 서러버스 창업자는 사냥광으로 총기의 합법적 소유를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뜨거워지는 총기 규제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투자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전까지 미국에서 총기 판매는 부쩍 늘어나는 추세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 총기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우려해 미리 구매해놓자는 심리가 확산되면서다. 총기 제조업체 스텀·루거앤드코와 스미스앤드웨슨홀딩스의 지난 3분기,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7%, 48%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총기를 판매하는 월마트는 이날 공격용 무기인 반자동 권총을 웹사이트 상품 목록에서 삭제했다.

총기 판매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서다. 아웃도어 제품 전문 유통업체인 딕스스포팅구즈도 전국 480개 매장에서 반자동 권총 판매를 중단했다. 스텀·루거앤드코와 스미스앤드웨슨홀딩스 주가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각각 7.8%와 10% 급락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