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박수는 5년 뒤에 받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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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이 순간부터 가시밭길…공약 잊고 실존문제 고민해야
성공의 길은 경제재생에 있다
추창근 <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
성공의 길은 경제재생에 있다
추창근 <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
드라마는 끝났다. 1987년 체제 이래 처음 보수와 진보세력의 총결집으로 형성된 1 대 1 대결구도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끝까지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박빙의 접전이 긴장을 높였지만 선택의 감동과는 거리가 먼, 기대했던 명승부는 결코 아니었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상대를 압도하는 시대정신과 리더십을 각인시키지 못했고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대한민국 미래의 비전제시도 없었다. 박정희와 노무현의 그림자 아래 흘러간 올드보이까지 총동원된 과거 회귀의 싸움에서 ‘새정치’는 처음부터 헛말이었다. 차별성 없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천국’의 엇비슷한 공약은 서로 물타기였다. 아니면 말고식 흑색선전과 묻지마 의혹제기, 악의적 인신공격과 저질의 비방 등 온갖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는 소리만 시끄러웠을 뿐이다.
어쨌든 승패는 갈렸다. 안도와 실망의 목소리가 절반씩이다. 앞으로 나라의 미래와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불안감만은 다 같을 것이다. 민심의 선택은 엄중하다. 내가 찍은 후보가 이겼든 졌든, 표 차이가 크건 작건, 잘된 선택이건 아니건 결과는 마땅히 존중되고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기본질서이자 신뢰사회의 첫걸음이다. 승자에게는 영광스럽고 패자에게는 아깝고 쓰라린 지난 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승리는 온전하지 않은 반쪽짜리다. 당선자가 당장 깊이 헤아리고 함께해야 할 것은 패자에게 표를 준 나머지 절반의 허탈감이다.
이제 당선자는 국민들에게 사탕발림의 지키지 못할 약속을 쏟아내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차기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내년 2월부터 5년간 대한민국의 안위를, 그리고 국민들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그 막중한 짐을 어깨에 지고 우리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념과 진영논리가 아니라 실존의 관점에서 다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당선자는 지금부터 엄혹한 가시밭길과 맞닥뜨려야 할것이다. 직면한 현실은 경제·사회·안보의 총체적인 위기이고 결국 문제는 경제다. 성장엔진이 꺼져 복합불황의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고, 더 이상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양극화와 빈곤의 확대, 중산층 몰락,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는 민생을 갈수록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5년 전의 기대가 무너진 유산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 욕구를 분출시키고 정책 패러다임을 온통 경제민주화 한 방향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성장없는 복지는 허상일 수밖에 없고 보면 민생을 되살리는 근본적인 진로는 성장의 회복이다. 이제 구름잡는 얘기는 버리고 그동안 외면했던 경제성장의 해법을 짜내는 데 모든 시간과 땀을 쏟아야 할 이유다. 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과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미래를 밝히는 길인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당선자는 자신의 공약 때문에 이긴 것이 아니다. 사실 다수 국민들은 어떤 공약이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던, 후보의 이름만 보고 찍은 이번 대선이었다.
그래서 공약은 이제 잊어야 한다. 공약은 꿈이고 정책은 현실이다. 이뤄질 수 없는 공약에 매달려 정책을 오도하면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갈 뿐이다. 현실성 없는 공약은 폐기하고 국민에게 실현 가능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허황된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을 내놓고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함께 고통을 견디자고 설득하는 리더십이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18대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하지만 진정한 축하는 5년 뒤로 미루는 게 좋을 듯 싶다. 당선의 영광은 지금뿐이고 성패는 5년 후 어떤 대통령으로 국민의 가슴에 남느냐로 판가름된다. 우리는 단임제 이래 임기 5년이 영광스러웠고 국민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 무거운 짐을 벗었던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공(功)은 묻히고 과(過)만 부각돼 정권말기에는 거의 잊혀진 존재로 쓸쓸히 물러가는 모습이 전부였을 뿐이다. 대통령으로서 성공의 길은 국민들이 다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지는 못해도 위기의 터널을 빨리 헤쳐 나와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재생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데 있다.
추창근 <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상대를 압도하는 시대정신과 리더십을 각인시키지 못했고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대한민국 미래의 비전제시도 없었다. 박정희와 노무현의 그림자 아래 흘러간 올드보이까지 총동원된 과거 회귀의 싸움에서 ‘새정치’는 처음부터 헛말이었다. 차별성 없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천국’의 엇비슷한 공약은 서로 물타기였다. 아니면 말고식 흑색선전과 묻지마 의혹제기, 악의적 인신공격과 저질의 비방 등 온갖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는 소리만 시끄러웠을 뿐이다.
어쨌든 승패는 갈렸다. 안도와 실망의 목소리가 절반씩이다. 앞으로 나라의 미래와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불안감만은 다 같을 것이다. 민심의 선택은 엄중하다. 내가 찍은 후보가 이겼든 졌든, 표 차이가 크건 작건, 잘된 선택이건 아니건 결과는 마땅히 존중되고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기본질서이자 신뢰사회의 첫걸음이다. 승자에게는 영광스럽고 패자에게는 아깝고 쓰라린 지난 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승리는 온전하지 않은 반쪽짜리다. 당선자가 당장 깊이 헤아리고 함께해야 할 것은 패자에게 표를 준 나머지 절반의 허탈감이다.
이제 당선자는 국민들에게 사탕발림의 지키지 못할 약속을 쏟아내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차기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내년 2월부터 5년간 대한민국의 안위를, 그리고 국민들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그 막중한 짐을 어깨에 지고 우리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념과 진영논리가 아니라 실존의 관점에서 다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당선자는 지금부터 엄혹한 가시밭길과 맞닥뜨려야 할것이다. 직면한 현실은 경제·사회·안보의 총체적인 위기이고 결국 문제는 경제다. 성장엔진이 꺼져 복합불황의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고, 더 이상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양극화와 빈곤의 확대, 중산층 몰락,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는 민생을 갈수록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5년 전의 기대가 무너진 유산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 욕구를 분출시키고 정책 패러다임을 온통 경제민주화 한 방향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성장없는 복지는 허상일 수밖에 없고 보면 민생을 되살리는 근본적인 진로는 성장의 회복이다. 이제 구름잡는 얘기는 버리고 그동안 외면했던 경제성장의 해법을 짜내는 데 모든 시간과 땀을 쏟아야 할 이유다. 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과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미래를 밝히는 길인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당선자는 자신의 공약 때문에 이긴 것이 아니다. 사실 다수 국민들은 어떤 공약이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던, 후보의 이름만 보고 찍은 이번 대선이었다.
그래서 공약은 이제 잊어야 한다. 공약은 꿈이고 정책은 현실이다. 이뤄질 수 없는 공약에 매달려 정책을 오도하면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갈 뿐이다. 현실성 없는 공약은 폐기하고 국민에게 실현 가능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허황된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을 내놓고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함께 고통을 견디자고 설득하는 리더십이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18대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하지만 진정한 축하는 5년 뒤로 미루는 게 좋을 듯 싶다. 당선의 영광은 지금뿐이고 성패는 5년 후 어떤 대통령으로 국민의 가슴에 남느냐로 판가름된다. 우리는 단임제 이래 임기 5년이 영광스러웠고 국민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 무거운 짐을 벗었던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공(功)은 묻히고 과(過)만 부각돼 정권말기에는 거의 잊혀진 존재로 쓸쓸히 물러가는 모습이 전부였을 뿐이다. 대통령으로서 성공의 길은 국민들이 다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지는 못해도 위기의 터널을 빨리 헤쳐 나와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재생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데 있다.
추창근 <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