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본질을 호도하는 이름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요람으로 불리는 미시간주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근로권법(right-to-work laws)’에 대해 미국자동차노조(UAW) 등 노동계는 이렇게 주장한다. 노동자들에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노조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근로권법은 노사간 임금단체협상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라 하더라도 원치않으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안 자체만 보면 이름이 본질을 호도한다는 주장이 영 틀린 얘기는 아닌듯 싶다. 일할 권리보다는 노조 가입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법안의 내용이 아닌 효과다. 미시간주는 이 법을 시행하는 24번째 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노동부의 자료를 분석해 이 법을 이미 실시해온 23개 주와 그렇지 않은 주의 고용 성장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근로권법을 도입한 주들의 민간 고용은 평균 4.9% 늘어난 반면 시행하지 않은 주들의 고용은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그 비율이 각각 4.1%와 3% 미만으로 나타나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물론 근로권법을 도입한 주의 근로자 임금은 그렇지 않은 주에 비해 9.8% 낮았다.

각 주의 임금과 고용을 결정짓는 요인에는 어떤 산업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포함해 여러가지가 있다. 따라서 근로권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따로 떼어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각 주가 경쟁적으로 이 법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텍사스나 오클라호마 등 남부 주들은 10여년 전부터 제조업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이 법을 시행해왔다. 중북부의 전통적 제조업 벨트를 이기고 기업들을 끌어들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벨트가 ‘러스트 벨트(사양화된 공업지대)’가 되자 올해 초 인디애나에 이어 지난주 미시간주까지 중북부주 의회도 잇따라 근로권법을 통과시켰다. 기업 부동산 전문가인 마크 아렌드는 “한 개 주가 근로권법을 도입하면 이웃에 있는 주는 경쟁력이 떨어질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과 노동계도 일자리 수는 노조의 힘과 반비례한다는 것을 미국의 사례를 통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