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 행선지' 침묵…사망장소·시점 의혹 여전

18년간 북한을 `철권'으로 통치해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이달 17일로 꼭 1년이 되지만 그의 사망 장소와 시점은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17일 오전 8시30분 `달리는 야전 열차 안에서' 급병으로 사망했다고 북한 당국이 같은달 19일 정오 특별방송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사인은 `중증 급성 심근경색'.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22일 "현지지도를 마치고 와서 꼭 보겠다는 약속을 남기시고…또다시 조용히 조국의 북변으로 향한 열차에 몸을 실으신 장군님"이라며 김 위원장이 지방 현지지도에 나섰다가 사망했다는 점을 추가로 공개했다.

신문은 이어 "그날은 12월의 날들 중 추위가 제일 심하던 날"이라고 적어 특별열차가 평양에서 출발한 날이 17일 오전이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당시 북한 기상 당국 자료에 따르면 12월17일 평양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도로 평년보다 5도 낮았고 전날인 16일(영하 9도)과 비교해 4도가량 낮았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서 북변은 주로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 북쪽 변경지역을 뜻하므로, 김 위원장이 일주일 전 함경도를 방문했던 점을 고려하면 특별열차의 목적지는 양강도나 자강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시 우리 정보 당국은 위성사진 등을 판독한 결과,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17일 당일 평양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열차 안 사망'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사망 장소와 시간 등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일본 아사히TV는 `북한과 중국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7일 오전 1시께 평양에서 약 40㎞ 떨어진 별장 집무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국회 국방위 소속 송영선(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중국 쪽 정보'를 근거로 사망시각을 `16일 오후 8시'라고 추정하며 북한이 `열차 안 사망'을 강조한 것은 결국 주민들에게 김 위원장의 `업적'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사망을 둘러싸고 제기된 이런 의혹들은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발표를 반박하는 새로운 정황증거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초 김 위원장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왜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노동신문은 이달 5일 `잊지 말자, 함남땅에 새겨진 12월의 그 사연을'이라는 글에서 김 위원장이 12월10일 함남지역을 찾았을 때 지역 일꾼들에게 "의사선생들이 이번에 함남도로 떠날 때 못 간다고 하는 걸 겨우 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일꾼들의 말을 인용,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았고 몸도 불편해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평양으로 복귀한 직후인 13일 평양방어사령부를 시찰했고 이틀 뒤에는 시내 광복지구상업중심(대형마트)과 하나음악정보센터를 현지지도했다.

김 위원장 사망일이 17일이 맞다면 불과 이틀 뒤 다시 지방시찰에 나선 셈이다.

이런 행보는 그가 일시적으로 컨디션을 회복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현지지도 행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판단이다.

북한은 이를 "인민을 위한 강행군"이라고 미화한다.

특히 지난 1년간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 전 활동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면서도 정작 상징성이 적지 않은 특별열차의 마지막 목적지와 사망 직전인 16∼17일 행적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북한당국의 발표에 대한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다.

사망소식을 뒤늦게 발표한 것 역시 김 위원장 사망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발표는 사망 이후 22시간 만에 공개됐지만 김 위원장 사망 발표는 5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북한 내부 소식에 밝은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당국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며 "(사망시각과 현지지도 등은) 김정일 우상화 차원에서 해석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김 위원장의 마지막 행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추가로 공개하지 않는 한 그의 사망 장소와 시점 등을 둘러싼 의혹 제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