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 보세요. 평소에 보던 우럭보다 두 배는 클 겁니다.”

지난 11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에서 1㎞ 떨어진 해상. 어민들이 양식하는 우럭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배 위에서 그물을 끌어올린 뒤 말린 청어를 쏟아붓자 바다 밑에 있던 우럭들이 까맣게 올라왔다. 뜰채로 한 마리를 건져 올리자 물을 튀기며 세차게 몸부림쳤다.

우럭은 원래 경남 통영, 전남 여수 등 남해안 인근 바다에서 주로 양식한다. 전체 우럭 생산량의 90% 이상이 남해에서 나온다. 하지만 올해는 태풍 영향으로 주요 우럭 산지들이 피해를 입자 ‘동해안 우럭’이 주목받고 있다. 남해안에선 해안가 얕은 수면에 양식장을 띄우는 ‘수상양식’으로 우럭을 키우지만 파도가 심한 동해안에선 ‘수중 가두리 양식법’을 활용한다. 가로, 세로 각 8m에 이르는 가두리를 수심 10m 아래로 가라앉혀 우럭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런 양식법을 개발한 최준식 신창수산 사장은 “파도의 영향을 덜 받아 태풍에도 안전하고 적조 피해도 막을 수 있다”며 “깊은 곳을 좋아하는 우럭의 특성상 식성도 좋아져 더 빨리 자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럭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가 먼바다로 바로 떠내려가기 때문에 깨끗한 양식장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통 우럭은 치어에서 2년 정도 양식해 400~500g 크기가 됐을 때 출하하지만 이곳에선 같은 기간에 600~800g까지 성장한다. 인공 성장제나 영양제를 쓰지 않으며 먹이로는 말린 청어, 고등어 등을 준다. 크기가 커 상품성이 좋을 뿐 아니라 살집이 단단해 식감이 더욱 좋다는 설명이다. 최 사장은 이런 방식으로 방어, 농어, 횟감용 고등어도 양식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동해안 수중 가두리에서 양식한 ‘우럭회(210g 안팎)’를 13일부터 18일까지 시세보다 약 20% 싼 1만9800원에 판다. 800g 정도의 큰 사이즈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럭보다 2배가량 크다. 기존 행사 때보다 1.5배 많은 20t 규모 우럭을 준비했다.

구룡포에선 우럭 외에 또 다른 실험이 진행 중이다. 전남 완도·해남이 주산지인 전복을 동해안에서 양식하고 있는 것.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담당 상품기획자는 “전복 주산지가 태풍 피해를 입어 대체 산지를 찾던 중 콘크리트 구조물을 이용한 새로운 양식법으로 전복 생산에 성공한 동해안 업체를 찾아 최근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곳 양식장들은 콘크리트 방파제를 세워 어항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고 파도를 막아 그 안에서 전복을 키운다.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남해의 가두리 양식법도 접목해 꾸준히 양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포항=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