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짧은 글, 긴 여운 '스마트소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거짓말이야 거짓말 / 주수자 외 지음 / 문학나무 / 304쪽 / 1만원
모든 것이 스마트폰과 결합하고 있다. TV, 영화 등 많은 이야기 도구가 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된다. 그러면 이야기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은? 긴 분량에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소설도 스마트폰과 결합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이 발표됐다. 소설가 고(故) 박인성 씨(사진)는 《호텔 티베트》《사랑은 안개보다 깊다》 등의 작품을 남기고 2010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 상은 “단편 하나를 읽고 나서 5분간 ‘멍’한 상태에 빠지면서 눈이 감기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을 구현하기 위한 상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그릇이 바로 ‘스마트소설’이다.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겨냥하는 새로운 소설로, 짧은 형식 안에 깊은 내용을 담으려는 시도다.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 수상작품집 《거짓말이야 거짓말》을 통해 본 스마트소설의 이 시도는 희망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들은 예술가 고 백남준, 개그맨 김준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등의 인물을 소재로 하는데, 현대의 문제와 적절히 결합한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백남준 씨의 삶을 담은 ‘거짓말이야 거짓말’로 수상한 주수자 씨의 신작 ‘부담주는 줄리엣’이 돋보인다. 줄리엣이 자신의 가슴에 단검을 꼽으려는 찰나 독자인 화자는 고전 속으로 들어가 줄리엣의 손을 붙잡는다. “자기는 지금 우리들에게 여러모로 부담주고 있어요!”라 외치면서 줄리엣을 말렸지만 정작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어물거리며 “우리 사회에선 지금 자살이 사회문제”라는 둥, “독자가 작품에 참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둥 설명해 보지만 오히려 줄리엣에게 한방 먹고 만다.
“우리는 상징으로 남아야 하는 운명이죠. 두 가문의 원수 상황을 풀기 위한 희생양…. 낭만적인 사랑의 죽음이라는 건 오해일지도 몰라요. 우리가 사랑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은 상징으로 이뤄져 있죠.그리고 인간이란 그 상징을 살아가는 것이고요.”
이 밖에 천정완의 ‘육식동물’ 이은선의 ‘닻’ 등이 스마트소설이라는 새로운 길의 미래를 밝게 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얼마 전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이 발표됐다. 소설가 고(故) 박인성 씨(사진)는 《호텔 티베트》《사랑은 안개보다 깊다》 등의 작품을 남기고 2010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 상은 “단편 하나를 읽고 나서 5분간 ‘멍’한 상태에 빠지면서 눈이 감기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을 구현하기 위한 상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그릇이 바로 ‘스마트소설’이다.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겨냥하는 새로운 소설로, 짧은 형식 안에 깊은 내용을 담으려는 시도다.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 수상작품집 《거짓말이야 거짓말》을 통해 본 스마트소설의 이 시도는 희망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들은 예술가 고 백남준, 개그맨 김준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등의 인물을 소재로 하는데, 현대의 문제와 적절히 결합한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백남준 씨의 삶을 담은 ‘거짓말이야 거짓말’로 수상한 주수자 씨의 신작 ‘부담주는 줄리엣’이 돋보인다. 줄리엣이 자신의 가슴에 단검을 꼽으려는 찰나 독자인 화자는 고전 속으로 들어가 줄리엣의 손을 붙잡는다. “자기는 지금 우리들에게 여러모로 부담주고 있어요!”라 외치면서 줄리엣을 말렸지만 정작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어물거리며 “우리 사회에선 지금 자살이 사회문제”라는 둥, “독자가 작품에 참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둥 설명해 보지만 오히려 줄리엣에게 한방 먹고 만다.
“우리는 상징으로 남아야 하는 운명이죠. 두 가문의 원수 상황을 풀기 위한 희생양…. 낭만적인 사랑의 죽음이라는 건 오해일지도 몰라요. 우리가 사랑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은 상징으로 이뤄져 있죠.그리고 인간이란 그 상징을 살아가는 것이고요.”
이 밖에 천정완의 ‘육식동물’ 이은선의 ‘닻’ 등이 스마트소설이라는 새로운 길의 미래를 밝게 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